그해 장마빗줄기 하염없이 내리꽂히는 밤건물 외벽 빛이 새어나오는 방충망 사이로몰려드는 나방들빛으로 뛰어들다 그대로 고정되어 버린다무수히 바스라지는빛의 바늘들!곤충채집 표본의 한 페이지 같은 시간빛의 핀으로 박혀 버리는하루살이에 다름 아닐생의 가냘픈 떨림이속절없이 젖어 오른다 시란 대상을 노래하되 실은 자아의 고백임을 잘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의 생명은
설렘으로 창밖 가득히햇살이 내립니다어둠이 깊은 슬픔으로 고였던 자리마다플라타너스 나뭇잎 흔들어바람이 털어내고말씀으로 해말갛게 씻겨진내 몸 세포가풀꽃으로 태어나는 아침은지상에 흐르는물소리 다 쏟아내려깨끗하게 씻은 푸르른 배추 속 같습니다뱀 허물로 벗겨진 참혹한 죄악의 시간흔적조차 없습니다예수, 피 흘린 손으로 덮어세상 가득히 햇살 타고 사랑이 내립니다 메타포
달님 별님 잠든 밤고요한 밤 깊은 밤드르렁 드르렁코고는 소리 잠을 깨운다.살금살금 숨죽이고 보니아 -아빠다!“미안해, 미안해”무얼 잘못하였는지잠꼬대를 하시니자나 깨나 회사 걱정 집안 걱정우리 아빠 생각할수록눈물 납니다. 동시의 정신이나 시심은 순수에 있다. 동시라고 해서 유치한 시상이 아니다. 동심으로 밝힌 언어 사용이 다를 뿐이다. 원칙적으로 어린이나 어
창밖에 배추흰나비 날고앞산 나무들 한참눈물 나게 푸르고 싱그럽구나.방금 숲에서 튀어나와 이웃 숲에 날아가 박히는저 새는 이름이 뭘까?뭔가 앞에 많았던 것이 훌쩍 사라진 듯가슴 한가운데가 휑하다.창을 열고 바깥공기 흠씬 들이켜도채워지지 않는 휑한 느낌조막남한 새 하나 사라진 때문은 아니다.내 앞을 날아간 새가 어디 한둘인가.예전에 날아간 새들의 자취잊고 살았
얼굴 본 적 없는 미소년이여린 새순 같은 무릎을 낮추고허릴 굽혀 발을 씻긴다얼굴 가득 살얼음이고산의 슬픈 흔적처럼 거무스레 스며 있다소년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수줍음이 얼굴 가득 일렁인다찰방찰방 물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와 잠시굳어버리곤 하는 공기를 희석 시킬 뿐이다천장 가득 흐릿한 조명이 지리한 듯 눈을 껌뻑인다불빛 아래 물속,꼼지락 거리는 손놀림이등
옛집 안방에 밤이면 찾아왔던그 이름은 땅강아지였다까마득히 잊고 무디어진 오랜 세월의 내 공간에 찾아온 거야처서가 지난 창틈으로먼 길을 왔을 것인데뜬금없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만남을 나누고 나누었는데저도 가만히 있어주었다떠날 때가 됐나 싶어살며시 창을 열고나무숲 땅으로 보내주었다서운한 밤이었지만 우리는떠나고 보낸 것이 그리움인 것을진즉 알고 있었던 거야한밤
실핏줄 사이사이 에워싸던 살찬 바람끝끝내 울음 울다 터져 버린 얇은 혈관새벽 밤 끝에 매달려사위어 간 하현 달아물아물 수줍은 손 청사초롱 걸고서말갛게 비워 둔 심방心房, 심실心室그 안에너 피어났다하얗게, 새하얗게 시란 대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발화하여야 한다. 새롭다는 말은 창조적 상상력을 말한다. 목련의 모습을 차가운 바람
페달을 밟는다둥근 바퀴에 팽팽히 바람을 넣고세상의 모든 것 가지고 싶던지상에 꽃과 꽃서러운 욕망까지도페달을 밀어내고 있다.미지에서 오는 바람 한껏 내 안에 들인다.페달은 나를 세상 위로커다란 날개 푸르게 달아준다 페달이 지시(내포, 암시)하는 의미가 무얼까. ‘세상의’ ‘욕망을 밀어내고’, ‘세상 위’로 ‘날개’를 달아 주는 그 무엇이다. 이 페달은 ‘바람
매년 시린 날을 골라꺼억 거리며 날아간다가는 걸음 아프다한들남겨진 여운만 하리요손을 흔들어도 보지 못하고까만 가슴도 헤아리지 못하여쓸쓸한 늦가을이 올 때마다그렇게 스쳐갈 뿐이다 시의 기본 구조는 은유로 된 형상화다. 은유란 숨긴 비유라는 말이다. 즉 감추어 둔 의미가 있으니 그리 알고 읽어달라는 의도를 깔고 있다는 점이다. 예시는 기러기를 보고 감각하는 정
벽난로 불 밝히고 창밖엔 눈이 오고우리 따뜻하라고 창밖엔 눈이 내리고언제든 내 몸에 달려 언 마음 안기라고 내 몸 어디에 가서 있나 살펴도 보고씻고 가름 발라 나 향기로운 밤사실은 그대가 나의 마른풀 구유였으면 정형시는 외재율에 기조를 하고, 자유시는 내재율에 의탁한다. 외재율은 글자 수나 음보에 의하여 리듬을 얻는 것이다. 내재율은 외연과 내포 사이의 긴
내가 눕는 곳은 바람만 사는 곳내 몸 속에선 피 조금씩 빠져 나가고눈물 조금씩 달아나더니목 잘린 빛의 텅 빈 고요로만 누워있는 맨몸의 고요절망의 가장자리 그 어두운 외진 곳누가 나를 이렇게 눈멀게 하나누가 나의 깊은 잠을 흔들고 가면서젖은 꿈 마디마디 잘라내나나의 외침은 들리지 않는 돌의 울음너의 슬픔은어둠 내리는 속의 뿌리 묻어가는 안개풀?나의 아물지 않
나 가진 재물 없으나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나 남이 모르는것 깨달았네공평하신 하나님이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공평하신 하나님이나 남이 없는 것 같게 하셨네 현대시의 특징 중 은유라는 면에서 볼 때 종교적 의도
봄 비 내려 대지는 모성으로 숨 쉬며도시의 거리가로등 이고 걷는우산 속 두 연인오늘 밤은 사랑으로 젖어천상의 꽃 피우려나 제목은 ‘봄비’인데 첫 연 첫 행은 ‘봄v비’로 띄어져 있다. 의도적인지 오류인지 모르나 둘 다 각각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봄에 내리는 비 자체이며, 후자는 봄이라는 모든 절기에 내리는 다양한 비를 말한다. 전자는 비에 중심이
당신 사랑 가이 없는 밤조용히 지난 날을 돌아다 보니용서를 구할 일 밖에 없습니다그 크신 구원의 은총을 받고정작 당신을 위하여 살아온 날며칠이나 되겠습니까이 목숨 잇는 말이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불씨라 하오니벌레 목숨이라도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말게 하소서따사로운 주님의 말씀으로얼음처럼 차가운 마음 녹여아픔 기억들 소멸케 하시고어떤 일로나 하나님과 멀리 있지
생각이 있는 창에는늘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창을 열면가슴 깊이 갇혀 있던새 한 마리날아오르리라하얗게 발사되어구석구석 해가 되는 빛살 꾸러미그 꿈을 물고비어있는 마음밭 네게로 가면원근법의 그림한 장길이손짓하며 일어서리라생각이 있는 창에는늘 하늘이 열려 있어 생각(think)은 마음(mind)과 달리 의지성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의식이
주여, 아직은귀두라미 풀벌레들이우리와 함께 살고 있음을 도시의 무덤가에서 감사드립니다.새벽 달빛보다 싸늘한 가을의 강물 소리로 저들이 무엇을 울고 있는 지를이 가을에도 귀 있는 사람들은 듣게 하소서.잎이 지고열매들만 남아서나무들이 보여주는 당신의 뜻을이 가을에도 눈 있는 사람들은 보게 하소서.내가 당신의 한 그루 나무로서잎만 무성하지 않게 하시고내 인생의
목 쉰 바람이 흰 길을 낸다한(寒) 데 내쳐진 한 무리 노구(老軀)앙상한 몸피가 구푸린 채 부싯돌처럼 맞대고 있다마른 뼛가락 속으로 환청이 여음을 잇던 날어느 봄 만개한 복사꽃 낯을 꺼내 시린 손을 감싸 본다이 빠진 옥수수알길을 들락거리는 기억의 발음 기호,간간이 실날같은 오늘이 열리면‘나 집이 가 느이들 하고 살믄 안 되겨. 었.. 냐,,,’푸석거리는 머
하룻날 날을 잡아 울고 싶다딱히 슬플 일은 없지만사치를 부리고 싶은 건가눈물은 마음 속 깊은 계곡을 휘돌아 흐르고속 가슴을 쓸고 가는 물줄기 있어긴 세월 담아오던 앙금을 녹인다봄비가 오면 한바탕 울어야지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봄비는 녹인다는 온도적인 점에서 보면 봄비와 눈물은 같은 의미를 가진다. 2연에서 이런 전제를 더 확실하게 진술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또 한 주검을 보았다거적대기에 덮여 있었다왼손 손목께와 바른발 발목께가 빼꼼히 드러나 있었다어린 아이의 손목을 잡은 중년 부인이발길을 돌리며 퉤, 퉤,침을 뱉았다꽃초롱 같은 눈을 반짝이며어린 아이도 퉤. 퉤,침을 뱉았다많은 사람들이 물러섰다가 돌아서며 퉤, 퉤,침
노란 그리움이뚝뚝 떨어져그리워서지친 목 길게 빼고가을의 달빛 속에귀뚜라미 우는 밤이면고향집 문간방에아버지바튼 기침 소리새벽달이 기운다.차마 부르지 못한붉은 가을은 처연하게 스러져 간다. ‘귀뚜라미가 우는 밤’이란 가을밤을 말함이다. 그것도 한걸음 나아가 귀뚜라미의 울음에서 청명한 날씨의 저녁임을 상상하게 한다. 두 째 연에 나오는 달빛이 그것을 더 확인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