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마침내 물 밖으로 떠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침몰한지 1072일만이다.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던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를 지나던 중 갑자기 침몰해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2학년생 250명을 비롯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3년 전 그날의 참담함을 또다시 느껴야 했다. 특히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가슴에 억눌린 슬픔과 원망, 감회가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세월호가 인양되기까지 적잖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물 밖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 천 억 원이 드는 인양 비용도 문제지만 시신이 아직 배 안에 남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이 배를 들어 올렸다가 또다시 긁어 부스럼을 내는 게 아닌가 싶다는 우려도 분명 있었다. 아마도 그날의 처참했던 기억에서 우리 모두는 이제 그만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않은 9명의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일과, 온갖 억측과 괴담으로 떠도는 사고의 원인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선체 인양은 반드시 필요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해경을 없애는 일이었다. 세월호 사고에 대처를 잘못해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 그 잘못을 해경에게 몽땅 뒤집어씌워 희생제물을 삼은 것이다. 물론 사고 직후 해경이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그 많은 생명이 물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잘못이 어디 해경뿐이겠는가. 아이들이 선장을 비롯한 어른들의 말만 믿고 배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불안에 떨던 그 시간에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정부는 또 뭘 했단 말인가.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에 대해 헌재가 직접적인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탄핵당해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국민의 생명을 소홀히 한 대통령과 정부는 그 권한을 부여한 국민에 의해 끌려 내려오는 타당하다.

한국교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저마다 안산 분향소를 찾았다.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서민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안산 재래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주는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광화문 광장에 처진 천막을 이제 그만 걷어내야 한다는 편에 섰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세월호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배지를 착용한 교인을 징계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세월호 얘기만 나오면 ‘정치적’이라며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목사도 있다. 

얼마 안 있으면 부활절이다. 한국교회 교단장들은 이번 부활절연합예배 장소를 명성교회로 일찌감치 정했다. 그런데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규모의 그 교회는 요즘 두 가지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는 아들 목사의 세습문제요, 또 하나는 원로목사의 세월호 희생자 폄하 발언 구설수이다. 자칫 잘못해 부활의 생명을 기념하는 연합예배까지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다. 그 사랑은 하나님이 죄인을 구하려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완성되었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교회라면 이 땅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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