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바울은 신앙생활을 운동에 비유했다. 일정한 코스를 따라 사력을 다해달려야 하는 레이스(경주)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경주의 기본이 되는 경기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첫째는 균형이라는 원칙이다.

마리아는 오랜만에 베다니의 자기 집을 찾아오신 예수님에게 언니 마르다처럼 맛있는 식사를 극진히 대접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시간을 다 보낸다면 하나님의 아들이며 은혜와 진리이신 예수님으로부터 생명보다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만족스럽게 들을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굶주린 영혼을 채우는 쪽을 선택했다.

우리는 이 두 여인을 두고 어느 쪽이 잘했고, 어느 쪽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각기 다른 선택은 서로 다른 성격과 예수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는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르다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발견된다. 본질에 대한 이해와 자기 관념의 차이에서 관념을 선택한 것이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드는 데 열심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음식 아니라 말씀이었다. 육이 아니라 영이었다. 땅이 아니라 하늘이었다. 순간이 아니라 영원이었다.
그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면 내가 좋아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당신의 원대로 하옵소서. 주님의 원(願)은 말씀을 듣는 것이다. 마르다가 동생 마리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손님을 초청했으면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 것’이라는 관념 탓이었을 것이다.

말씀을 듣는 일을 우선(于先)하고, 음식도 대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는 사고의 균형을 잃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균형을 잡는데 소홀히 하면 힘을 잃어버린다. 균형이 깨어진 신앙생활은 절름발이처럼 되고 만다.

성경공부와 봉사, 말씀과 기도 등, 균형이 잘 유지되어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만날 때 잘 통과할 수 있다.

둘째는 우선순위(優先順位)의 원칙이다.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동시적으로 산적해 있을 때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선하고, 중요하며, 모두 주를 위하여 해야만 하는 일들일 때, 우리의 능력과 시간과 돈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똑같은 비중을 두고 전부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매겨지지 않으면 안된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집에 오시자 식사를 준비할 것인지 말씀을 들을 것인지를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마르다는 대접하는 일을 No.1으로 했고, 마리아는 말씀 듣는 일을 첫째로 삼았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바른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신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와 혼자 계시는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만나 생명의 말씀을 듣는 것은 지금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는 때와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자기의 소명이나 직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덜 중요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 인생에서 두 번째로 좋은 일이 제일 좋은 일을 방해하곤 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그래서 영감(靈感)이 마르고 열매가 별로 없는 고달픈 신앙인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영적인 힘은 모두 주님에게 있다.

셋째는 집중의 원칙이다.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주님이 특별히 우리를 찾으실 때가 있으시다. 증거되는 말씀(설교)에 은혜 받을 때, 영적 문제에 관심이 쏠릴 때, 좌절, 실패의 순간, 영적인 갈등과, 갈증이 고개를 들 때, 인생의 허무를 느낄 때 등등, 이런 때에 예수님이 갑자기 나를 찾아 들르신다. 이런 기회가 오면 예수님께 전념해야 한다. 예수님과 자리를 같이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르다의 열매가 빨리 익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진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더디 걸릴지라도 바른 원칙을 따라 움직이는 신앙인이다. 부엌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예수님이 계신 골방으로 들어가기를 힘써야만 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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