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모양새다. 또 갈수록 무서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이제 8살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생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10대 소녀에게 피살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10대 소녀는 수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나 질환이 악화돼 지난해 조현병(망상이나 환청이 들리고, 충동조절이 안 돼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정신질환) 판정까지 받았다. 더욱이 다니던 학교에서도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신질환에 의한 각종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소식만 접해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경찰청 조사에서 정신이상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수는 502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죄 중 절도와 폭력, 방화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살인과 강도도 늘었다. 여기에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의 수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대는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각종 스트레스 등 정신적 충격에 따른 정신질환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대처가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먼 산 바라보기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말부터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개정된 법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되지 않도록 입원 기준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일각에선 법이 시행되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1만9천여명이 퇴원해 사회로 나올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장은 정신질환 환자들을 무조건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환자들의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주체적으로 움직이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책임도 중요하다. 단지 귀신이 들린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을 진심을 담아 사랑으로 보듬어 줘야 한다. 이 사회가 ‘나 몰라라’ 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의 불편함을 헤아려 도우미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덧붙여 갈수록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장차 정신질환 환자가 되지 않도록 평소 그들의 정신적 치유에도 앞장서야 한다. 언제라도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어야 한다. 속에 감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이 그러한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전해야 한다. 정신적 고통에 신음하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혹여 발생할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그것이 이 시대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더 이상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와 한국교회가 정신질환자라는 편견 속에 살아가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소망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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