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곤 목사

붉은 빛깔의 고고한 동백을 닮았다고 하여 일명 ‘동백꽃 할머니’로 불리던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지난 4일 별세했다. 1918년생으로 최고령이었던 이순덕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38명만이 남았다.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순덕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힘겨운 싸움에 앞장섰다. 피해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일합의를 무효화할 것과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것이 할머니의 생전 소원이었다. 이는 이순덕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분들뿐만 아니라 살아계신 38명의 할머니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살아계신 분들도 모두 80대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눈 감기 전에 일본 정부의 진심이 담긴 사죄를 받기를 소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이나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듯한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위안부를 부정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초고령이 되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시민들이 건립한 ‘평화 소녀상’ 역시 일본 정부는 이마저도 눈에 가시인 듯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합의에 고마워하는 할머니들이 더 많다”는 막말을 쏟아내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일본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것만이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임을 정부 당국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은 침략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일본 정부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영토 왜곡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했다.
이 학습지도요령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일본은 이미 2008년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2014년에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현재 초중고교 교과서 사회 교과서 대부분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학습지도요령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서는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일본의 영토를 다루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에서 ‘독도와 센카쿠열도, 그리고 북방영토를 일본의 영토’라고 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독도와 북방영토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시도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다. 침략의 야욕을 드러낸 매우 파렴치한 행위이자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만행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즉각 멈추고 겸허하게 전범국으로서 과거의 죄악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책임 회피, 역사 왜곡,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만행에 대해서 정부는 물론 한국교회도 관심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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