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부활절 아침,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주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인류 구원의 대의를 완성했다. 죄로써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했고, 우리 삶의 현장에 찾아와 고통과 좌절을 희망과 환희로 바꾸셨다. 주님이 부활하심으로 이 땅의 모든 다툼과 갈등, 탄식이 사라지고,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 회복을 통해 완전한 ‘샬롬’이 이루어질 줄 믿는다.

부활절을 기해 대한민국이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합과 일치로 하나되어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사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정치와 이념, 지역 간의 깊은 골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정죄하는 최악의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의 양상을 띠고 있다. 남북 갈등을 비롯해, 동서갈등, 계층과 세대갈등 등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다. 팽팽히 맞선 갈등구도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나라 상황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화합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스도의 화평의 십자가를 되새겨야 한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이자, 이웃과 이웃을 잇는 다리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막혔던 담을 허시고, 화평을 이루신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 만연한 불의와 부정을 일소하고,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통렬한 회개와 각성을 통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되찾기를 소망한다. 선교 132년 동안 나라와 민족에 희망과 등불이었던 한국교회였지만, 솔직히 작금의 상황은 암울하다. 빛과 명예를 잃고 추락해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처했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과오를 철저히 회개하고, 새롭게 거듭나 이 땅에 빛을 발해야 한다. 더 이상 세상적인 것에 목을 매지 말고, 온전히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그리스도 십자가 안에서 진정 하나가 되어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세상에 힘차게 전파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죽으심이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졌듯이, 한국교회가 오늘의 고난을 밑거름으로 다시 일어설 때 부흥의 씨앗이 싹트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회개하고, 주님 앞에 돌아와 하나님의 공의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면서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특히 희생과 섬김의 본을 보이신 주님을 따라 우리 사회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가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보다는, 소외된 자들의 억눌린 가슴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나서야 한다.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주의 종으로써 맡은 바 사명을 잃어버리지 말고, 가장 낮은 자의 심정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새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손을 건네야 한다. 상처 입은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노력을 보이길 바란다.

부활절 새 아침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의 좌절과 탄식을 기쁨과 찬송으로 바꾸신 주님께서 이 땅의 분열과 갈등을 평화와 화해로 바꿔주실 것을 소망한다. 고난 없이는 부활도 없다.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새로워져야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거듭난 그리스도인만이 주님의 부활을 증거 하는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 부활의 새 아침,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망 권세를 이기고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교연 대표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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