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던 국영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국민연금이 이 기업에 투자한 1조5천억 원 또한 큰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금융위원회, 채권자인 국민연금이 자율구조조정을 위해 3차례 만났지만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의 채무재조정을, 국민연금은 회사채 일부 상환 또는 산업은행의 상환 보증 등을 각각 주장했으며 서로의 요구에 대해 거절의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자율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발주처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큰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모두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2015년 10월 4조 2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과 1년 반 만에 2조9천억 원의 추가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순손실만 2조7천억 원에 이르며, 분식회계 의혹으로 2016년 7월 주식 거래마저 정지된 상태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뒤늦게 뛰어든 해양플랜트 사업의 기술력 부족과 저가수주 때문입니다. 대우조선은 2000년대 후반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해운업과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될 때 조선사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해양플랜트 기술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뛰어들다보니 저가수주가 잦아졌습니다. 또한 건조 경험 부족으로 공정의 비효율을 초래해 생산원가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해저유전에 비해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지상유전 셰일가스를 개발해 유가가 크게 하락함으로써 LNG선, 해저 드릴 십 등의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의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 드릴 십 2척을 인도하고 1조원의 잔금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소난골은 자금난을 이유로 지금도 배를 가져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회생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습니다. 부실의 원인으로 지적된 낙하산 인사의 병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사외인사로 신규 선임된 7명 가운데 정부에서 보은성 인사로 내려 보낸 사람만 조전혁, 이종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5명입니다. 올해 내세운 3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한명인 김경종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장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구속 수감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변호 이력이 있습니다.

또 2015년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5조 4천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1조8천억 원만 이행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블록 납품 등 업무 연관성이 큰 자회사 매각 가치가 동반 하락한데 이어 조선소가 있는 거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부동산 매각도 여의치 않습니다. 노조를 포함한 전 직원이 임금의 10%를 추가 반납하는 등 근로자들만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선업은 장기불황을 끝내고 발주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사업의 분리 매각, 강도 높은 구조조정, 조선업 관련 전문가로 경영진 교체 등 철저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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