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지하철 역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구한 뒤 본인은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한 이 시대의 의인 ‘낙성대 의인’의 이야기가 화제다.

사건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던 한 50대 남성이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여성을 따라가서 주먹으로 마구 때리면서 발생했다. 여성은 다급하게 살려달라고 외쳤고,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업무차 미팅에 가던 한 남성이 제지하자 가해자는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를 한 이 남성은 경찰이 올 때까지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 두기로 하고 쫒았다. 그러자 가해자가 칼을 꺼내들어 휘둘렀고, 남성은 팔뚝을 칼에 찔리는 부상 가운데에서도 가해자를 제압했다.

오랜 만에 우리 사회에도 정의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작금의 사회는 내 일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피해를 당하고 있어도 모른 척 지나치기 일쑤다. 심지어 괜히 남을 돕다가 도리어 해를 입을 수 있으니, 그냥 ‘나 몰라라’하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남을 도우려다가 정작 본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나설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의 팽배로 인해 작금의 사회가 개인이기주의로 가득한 차가운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복불복’ 같은 코너에서 자신만 걸리지 않기를 기원한다. 남이 걸리든 말든, 오직 자기 자신은 걸리지 않으면 된다. 마치 우리 사회를 축소화시켜 놓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며, 서로를 도우며 살았던 민족이다. 가진 것은 없어도 서로 나누고 공감하며 공동체로서 같은 곳을 향해 걸었다. 이는 온갖 범죄와 고난, 역경 속에서도 모두가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던 에너지 드링크와도 같은 것이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나와 상관없다고, 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모른 척하면 안된다. 자신의 개인이기주의로 인해 누군가의 가족이 피해를 입는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족도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서로를 도와주고, 아끼는 마음에서 선한 행동을 펼쳐야 한다. 이는 곧 이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지름길이다.

부활절 아침, 어찌 보면 십자가에 대속하셔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쫒아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오직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보다, 모두라는 생각이 더 크길 소망한다. 나의 희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몇몇 사람의 의인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의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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