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이국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날마다 드나드는 수퍼마켙처럼

포르릉 날아갔다가
앞마당으로 날아오는 참새처럼

마음 위로 여우비 내려
하루 열두 번 오르내리는

천국과 지옥.

<신앙 시집 「깊은 눈길 하나를」에서 발췌>

==============================================

시는 언어로 만든 예술이어서 언어 목적인 소통을 위한 것이다. 다만 미학적인 기전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시는 수사학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시란 다양한 비유라는 표현방법론에 의탁하여 미적 감동을 극대화한다. 제시한 예시에서 그것을 확인해 본다.

시 내용은 천국과 지옥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멀리 있는 피안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현장 자체라는 것이다(1연), 그것도 가장 가까운 앞마당과 같은 것이며(2연), `여우비의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변화의 감을 잡을 수 없는 성질이라는 것이다(3연). 즉 마음먹기 나름의 일이며, 천국과 지옥의 기준은 종교의 교리처럼 장소에 의해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위해 시인은 수사학의 방법으로 비유로 사물 셋을 들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이미지를 동원하여 감각적이며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소위 형상화 작업을 말한다.

첫째, 천국과 지옥이란 위치는 수퍼마켙과 같다는 비유로 늘 쉽게 누구나 들리게 되는 가까운 곳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성적으로 통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앞마당에 오고가는 참새의 모습을 통해 그것을 비유로 말하려 한다.

셋째, 속성은 천국과 지옥은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여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는 ‘여우비’와 같다는 것이다.
즉 천국과 지옥은 인간 자신의 마음이며, 삶에서 생기는 정신적 현상이 그 본질이란 말이다. 그것을 수퍼마켙, 참새, 여우비로 비유적으로 보여 줌으로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미학적인 방법론을 이용한다. 이것은 언어가 지시하는 내용을 감각적으로 받아드리도록 하여 소통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는 예술방법론이다.

이런 논리를 종합해 볼 때, 시란 적절한 비유 사용이 작품 완성도를 좌우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작품이 그걸 확인시켜주는 좋은 예시가 된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