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엄마가 당장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1년 안에 꼭 데리러 올게. 그 때까지만 제발 건강하게 있어줘”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와 함께 남겨진 편지이다.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의 엄마 모두는 아이와 함께 꼭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의 편지를 남긴다. 편지의 사연 역시 제각각이다. 내용은 구구절절하다.
“3개월 후에는 우리가 꼭 만나 못해준 것 엄마가 다 해줄게”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꼭 다시 데리러 올게요. 잠시만 목사님께서 맡아주세요. 꼭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이들의 사연 속에는 그래도 모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꼭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편으로 오죽하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겠느냐고 생각하면서, 미혼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사회를 먼저 비판하게 된다. 한부모가정의 엄마들과 함께 자조모임을 이끌면서, 대학교 강단에서 상담학을 가르치는 필자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분명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서 낳은 아이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들 중 데려가는 아이는 10%가 조금 넘는다는 것이다. 2015년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 242명의 아이 중, 26명의 아이만 데려 갔다. 지난해에는 223명 아이 중, 29명만 부모가 다시 찾아갔다. 나머지의 아이들은 짧은 보호기간을 거쳐 입양되거나, 보육시설로 넘어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과거에는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서 버려진 것도 모자라, 조국에 의해서 다시 버려졌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풍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입양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한국인 부모를 만난다.

헌데 국내입양 역시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은 새로 만들어진 ‘입양특례법’에 따라 출생신고 된 경우에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맡겨진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인해 대부분의 부모들이 편지에 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렇게 맡겨진 아이들 90% 이상이 고아로 살아야 한다.

사랑해서 낳은 아이를 버리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 아빠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진다. 당장 힘들다고 부모자식의 연을 끊지 않는 그들에게 모정과 부정을 느끼면서, 엄마, 아빠의 위대한 모습을 본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를 키울 수 없어 6명의 아이를 낳아 3명의 아이를 버린 한 여인의 재판정에서 이야기는 인정공동체가 파괴된 오늘 현대사회의 가정에 많은 것을 교훈하고 있다. 이 여인은 막내를 가슴에 안고 재판정에 섰다. 최후진술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를 버린 것을 인정했다. 그의 모습 속에는 형량을 낮추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감방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고, 아빠는 노동을 해서 3명의 아이를 키워야하고, 3명의 아이를 맡아 키워 줄 사람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울먹였다. 재판정은 숙연해 졌고, 아이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그리고 방청객도 울었고, 판사도 울었다. 판사는 조용히 판결문을 읽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나라가 해 준 것이 없어 미안합니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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