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에 레이네리오 아르쎄 발렌틴 교수

 
88년 만에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정상화 됐다. 꽁꽁 얼어붙은 양국의 관계는 일단 해빙기를 맞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88년이라는 세월이 말해 주듯 양국의 국교 정상화가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도 존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급변한 사회 변화 속에서 쿠바의 교회도 “어떻게 우리의 상황 속에서 예언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가 이 격동의 시기에 하나님의 뜻과 시대를 분별할 수 있을까?”, “주를 따르는 신실한 이들로서, 오늘날 이 세상 가운데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이 드러낼 수 있을까?”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역사와 신학적 접근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개학술강좌가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은 제57회 연세신학 공개학술강좌를 ‘사회주의에서 기독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오는 5월 10일 연세대 원두우 신학관 예배실에서 갖는다. 강좌는 쿠바 하바나 국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와 쿠바 마탄사스 개신교 대학 조직신학 교수, 쿠바 마탄사스 개신교 대학 총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 Global Institute of Theology 객원교수인 레이네리오 아르쎄 발렌틴 교수가 나선다.

인류와 모든 피조물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지금 매우 특별한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제한 발렌틴 교수는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와 관련 “쿠바인들과 쿠바의 교회 역시 매우 특별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쿠바 사회의 내부적인 변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한다”면서, 경제-사회적인 변화들로 인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회적-경제적인 차이들이 나타났음을 지적했다.

또한 쿠바-미국의 국교 정상화가 쿠바의 국민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준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음을 인식하고, 미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쿠바에 유입되는 것이 쿠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미국의 기업들과 자본들이 눈덩이처럼 확산되는 것이 쿠바 사회에 어떤 영향들을 가져올 것인지를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렌틴 교수는 강좌를 통해 국교 정상화가 주권, 민족의 문화, 그리고 거의 50년 가까이 자치(自治)를 이루어 왔던 우리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따져보고, 쿠바의 종교상황과 쿠바 기독교 교회의 역사와 현재, 사회주의 국가 안에서의 교회와 그에 대한 신학적인 평가를 내릴 예정이다.

발렌틴 교수에 따르면 쿠바의 토속 종교는 스페인 식민 통치자들이 도착하면서 토착민과 함께 거의 사리진 상태다. 쿠바에 도착한 기독교는 로만 카톨릭교로서 정복자들과 함께 유입됐고,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만 카톨릭교는 쿠바의 토착민 정복과 착취 그리고 인종청소의 도구로 자리매김을 했다.

여기에 쿠바에 유입된 흑인 노예들은 그들 고유의 종교를 함께 가지고 왔으며, 수 세기에 걸쳐 그들의 종교는 아프로 쿠반, 혹은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쿠바인들의 종교로 불려 현재까지 활발하게 전개됐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쿠바 문화가 로만 카톨릭 전통에 기반을 뒀다고 해도, 아프로 쿠바(afro-Cuba) 종교의 영향력은 가장 강력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인 셈이다.

쿠바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가톨릭교회로, 식민지 개척자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쿠바의 공식적인 종교(국교)가 됐다. 쿠바에 세워진 최초의 개신교 교회는 독립운동가인 페드로 두아르테 목사(Pedro Duarte)에 의해 1883년 마딴사스에 세워졌다. 쿠바의 개신교는 독립운동의 위대한 정신과 함께 발전을 시작했으며, 수년이 지난 후에는 미국에서 들어온 이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발렌틴 교수는 “쿠바의 소위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개신교회의 대부분은 미국 교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따라서 ‘진보적이고 독립운동을 했던 소수 그룹’과 ‘신학에서부터 예전까지 미국 문화에 의한 지대한 영향’이 지금까지 쿠바교회에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정부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선 1959년 쿠바 혁명을 기점으로 정부와 교회와의 관계를 △우호적 관계 △긴장과 대립관계: 6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80년대 중반 ‘피델과 종교’ 출판 이후의 시기 △대화와 협력의 시기 등 크게 네 시기로 구분했다.

아울러 발렌틴 교수는 “교회와 신학은 현장과 분리되어질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신학은 고립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쿠바와 교회, 신학은 상황적, 정치적인 헌신, 성경적, 선교적 등 4가지 특성과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피력했다.

발렌틴 교수는 이와 관련 “‘정치적인 헌신’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비판적으로 대응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선교적’은 우리가 믿음의 비판적인 성찰로써 신학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우리를 실천으로 인도한다면 그 신학은 ‘선교적’”이라며, “덧붙여 교회의 공동 선교로서의 예언자적 증인은 ‘에큐메니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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