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종교개혁의 사건을 기념하는 5백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므로, 그의 사상과 영향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루터의 신학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년 10월을 종교개혁의 달로 정하여서 반성과 다짐을 해 오고 있는 것은 루터의 유산이 남긴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루터가 남긴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크고 강력하였다.

역사적인 교훈을 통해서 겸허하게 한국교회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기존의 권위체제가 강요하던 허상을 깨트리고, 무지한 생각과 마음을 깨우쳐 주는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기존의 로마가톨릭교회 체제하에서 혼돈에 빠진 성도들을 위해서 오류에 맞서다가 온갖 수모를 당했지만, 종교개혁자들은 희생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개혁과 갱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익숙한 관행에 젖어야만 정통신앙이라고 착각하는 기득권 세력들은 교세를 자랑하고, 재력을 과시하는 교회의 목회자들이 교단의 권위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돈의 위력이 너무나 크게 드러나는 기독교 연합단체들의 행정조직과 연례 행사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라. 교단이나 연합 기관의 행사에서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분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의 권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 입으로는 정통 보수주의 신학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면서도, 전혀 자신들의 처신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패권주의자들, 교단주의자들, 권위주의자들이 교회 정치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여서 어떤 것이 교회의 개혁이요, 갱신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 과연 우리는 교회를 어떻게 개혁해 나가야 하는가?

한국교회를 위해서 사역하는 분들이 루터에 대해서나, 종교개혁에 대해서나, 너무나 모르고 있음에 대해서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루터파 교회가 한국에서 성공적이지 못하였고, 한국에 세워진 루터대학교 역시 강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필자가 속한 개혁주의 진영에서는 루터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동시에 현대 루터 연구가들은 너무나 터무니없이 왜곡하고 있는데, 루터와 헤겔, 루터와 릿츨, 루터와 남미 해방신학 등 제멋대로 설정하는 바람에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로마 교회의 몰염치함에 대한 루터의 고뇌와 성찰을 그냥 피상적으로 맛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기를 소원한다. 루터의 깊은 성경적 신학 사상들에 대해서도 무지한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루터의 생애에서 유명한 몇 가지 사건들만을 제외하고는 그의 냉철한 반성과 날카로운 자기반성, 목회와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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