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이 도드라지는가 하면, 페미니즘 도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등 말 그대로 페미니즘 시대를 실감나게 하는 요즘사회다. 하지만 여성을 위한다는 모든 시도들이 페미니즘으로 통하진 않고 있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 구조의 각성과 변화가 여성들의 현실 인식과는 간극과 시차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을 향한 구조적 차별과 직간접적 폭력 문제는 사회가 꼭 풀어야할 핵심 이슈가 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여성들의 이슈에 관심을 보여야할 한국교회가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기 한국 사회의 여성 교육과 여성 리더십 개발 등에서 독보적 기여를 했던 한국교회가 오히려 여성 이슈에 가장 퇴행적이고 낙후한 공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과거 페미니즘을 선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작금의 교회는 페미니즘과 불편한 관계에까지 놓여 있다. 이에 그동안 복음주의 공적신앙, 청년세대 등 잃어버린 ‘청년담론’을 공유하고, 확산시킬 뿐 아니라 청년 사역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온 청어람ARMC(대표 양희송)이 제8회 청년사역컨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 안에서의 페미니즘을 둘러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청어람 관계자는 “교회는 대표적인 여성 초과 공간”이라며, “청년사역은 페미니즘을 장착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교회가 여성 친화적일뿐 아니라, 여성 해방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남성과 여성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성평등 청년부’는 가능할까 등 이런 고민을 함께 공유할 각 영역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파동에 위치한 삼일교회 B관(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입문 강좌와 페미니즘이 기독교와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 고민의 지경을 넓히는 적용 강좌를 진행한다.

오전에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인 김홍미리 선생과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가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기에’, ‘교회, 페미니즘을 만나다’ 등을 주제로 각각 강의한다.

오후에는 보다 실제적인 접근이 시도된다.

지난 2월 IVF 서서울지부에서 진행했던 페미니즘 토론회 ‘갓페미’ 사례와 교계언론 뉴스앤죠이에서 조사한 ‘교회 내 여성혐오’ 사례 발표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혐오나 불평등 사례는 무엇인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예정이다.

또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성교육/성평등’ 강의를 하고 있는 심에스더 선생이 청년사역들이 가장 깊게 고민하는 혼전순결, 동거, 낙태, 성폭력 등 쟁점들에 어떻게 접근하며, 나아가 ‘성평등 공동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함께 고민한다.

마지막 강의자로 나서는 여성리더십 강사이자, <여성이 만난 하나님>의 저자 강호숙 박사는 ‘청년사역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주제로 실제적인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행사를 기획한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이 주제를 더 이상 낯설어하지 않고, 그 안팎의 논의를 흥미롭게 접하며, 이를 공부하고 실행해 ‘모두에게 좋은’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제공되고 청년사역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와함께 청어람ARMC는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부터는 르호봇 신촌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편치 않은 상황을 놓고 논의하는 5월 월례강좌를 연다. 이날 강좌에는 다양한 논쟁과 토론의 장에서 핵심을 꿰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는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와 함께 ‘예민함’과 ‘불편함’을 화두로 꺼내들고 우리의 감각과 정치, 즉 사회적 권력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일깨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주최측은 여성주의를 놓고 전후좌우로 입장과 감정이 나뉘어 있는 난감한 상황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말과 생각, 그리고 이를 통해 감각을 훈련할 것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강사인 권김현영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로, 주 관심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고 젠더 규범을 해체하는 일이다. 배제된 사람들의 말을 세계에 기입하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언니네 방> 1·2 <남성성과 젠더>를 편저했고, <성폭력에 맞서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페미니스트 모먼트>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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