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성년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로 이어지는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소중함이 피부에 와 닿는 절기라고 볼 수 있다. 올해 가정의 달은 조기 대선과 연휴로 그 의미가 퇴색된듯하나 그래도 차분하게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사람에게 가족만큼 소중한 울타리는 없다. 그런데 가정이 파괴되면서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진 가족 구성원들이 아무 대책없이 집 밖으로 나와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성품이 만들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가 가정이다. 그래서 가정이 평안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밝아진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은 가정이 모든 것의 출발점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위기를 맞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결혼한 지 3년 이내에 이혼하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결혼의 신성함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조그마한 문제가 생겨도 쉽게 갈라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이혼이 일종의 주홍글씨처럼 평생의 낙인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참고 사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잘못된 사회적 풍조도 한몫하고 있다. 혼밥, 돌싱, 졸혼 등 가족의 해체를 오히려 반기는 듯한 무책임한 매스미디어에도 문제가 있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서로 아이를 맡으려하지 않다보니 대책없이 복지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부모가 없는 고아가 아니라 부모의 친권 포기로 오갈 데 없는 고아 아닌 고아가 양산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반감을 갖게 되고 범죄에 빠지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오늘날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층은 구직난에서 오는 극단적인 좌절감에 빠져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게 현실이다. 중장년층은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지 모르는 압박감에 전전긍긍한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직자 신세로 전락한 가장은 또 얼마인가. 경제가 어려위지면서 노인 뿐 아니라 젊은 실업자들까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무료급식소 앞에 길게 늘어선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웃의 애환은 유독 5월이면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사회적 약자들이라 불리는 다문화가정과 입양가정,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가정, 장애인 가정, 고아원, 양로원, 요양원, 기타 보호시설 등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나 자치단체, 혹은 우리 사회가 매달, 매일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기독교만큼 구제를 많이 하는 종교도 없다. 월드비젼, 굿네이버스 등 사회적 구제를 실천하는 NGO단체에 기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크리스천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제 배 불리는 데만 열심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 그것은 현대 교회가 구제와 봉사는 뒷전이고 자체 유지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사회가 무너지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건강한 가정은 그 속에 있는 개인의 행복에 기여할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의 기본이 된다. 한국교회가 가정 치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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