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희 목사
TV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홍길동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을 다룬 역작이었다. 특히 가진 자에게 철저하게 핍박을 받는 백성들이 한데 모여 대항하는 모습은 작금의 시대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몰입감을 높였다.

또한 “향주목의 일이 팔도에 퍼져 백성들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남겼고, 그 불씨가 모여 큰 불이 돼 임금을 덮쳤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것”이라는 대사와 “이젠 너의 죄명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 진짜 위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한 죄 그래서 위를 능멸한 죄. 바로 능상이다”는 대사 등은 오늘 우리 국민들의 외침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에 더욱 와 닿았다. 마치 촛불집회를 통해 국정농단으로 혼란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한 국민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제 전직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기대선을 치러 새로운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취임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많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여겨진다. 특히 세월호 기간제 교수 사건이라든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미세먼지 근절을 위한 노후된 발전소 가동 중지 등의 몇몇 일들은 사이다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 기세를 몰아 문 대통령이 당선 인사에서 밝혔듯이 모두가 하나되는 통합 대통령으로서 행보를 하기를 기대해 본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동서화합의 물꼬를 트고, 남북의 긴장도 완화시키는 말 그대로 통합의 ‘통’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콤한 칭찬보다는 폐부를 찌르는 날선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온전히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느 한 곳의 입장을 반대쪽에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동서간의 갈등이든, 세대의 갈등이든, 빈부의 차이든, 남북과의 갈등이든 모두가 한마음이 되도록 선봉에 서길 바란다.

아울러 이 땅에서 더 이상 갑질의 횡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업신여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노비의 신분이지만 인간으로서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은 똑같듯이, 없는 자들도 있는 자와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이 나라는 온전히 굴러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자리든 소중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귀천은 없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드라마에서도 살펴봤듯이 국민을 져버리는 행위는 하지 않길 바란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해주길 기원한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되지 않도록 초심을 유지하길 바란다.

전국에서 지지해준 국민의 염원을 마음에 아로새기고, 대한민국이 세계 넘버원이 될 수 있도록 선장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하나님이 주신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지도자의 자리에서 겸손을 잃지 않고, 자신보다 더 낮은 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손을 건넬 수 있는 백성의 마음을 훔친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한다.

예장 우리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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