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지급여력비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이달 2일부터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KEB하나은행은 16일부터 흥국생명과 KDB생명, MG손해보험의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신한은행도 판매 중단을 검토 중입니다. 이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흥국생명 145.4%, KDB생명 125.7%, MG손해보험 133.6%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밑돌았습니다.

이들 중소형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비중이 낮아 매출 손실은 적지만, 회사 이미지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보험사 전체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주어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한 문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위에서 언급한 지급여력비율(RBC - Risk Based Capital)입니다. RBC는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요구자본) 대비 손실을 보전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가용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이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가용자본 제로가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지표가 최대손실예상액을 적게 평가해왔기 때문에 100% 이상이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급할 보험금을 현재 기준이 아닌 받은 보험료 기준으로 평가해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의 경우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로 낼 수 있는 이익보다 지급할 보험금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에게 부담이 되는 부채입니다. 이를 현재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면 부채 비율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도 150% 이상 지급여력을 갖추라고 권고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021년 도입될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을 19일 발표합니다. 이번 회계기준의 핵심은 위에서 언급했듯 부채를 기존의 원가평가 대신 시가평가로 바꾼 것입니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의 건의를 일부 받아들여 금리연동형 상품처럼 미래에 이익이 발생하는 계약과 고금리 확정형 상품처럼 미래에 손실이 발생하는 계약을 통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익이 예상되는 계약과 손실이 예상되는 계약을 한데 묶어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 증가 폭이 감소됩니다.

일부 조정에도 불구하고 각 보험사들은 수십조 원 가량의 준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각각 5천억 원과 5억 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셨습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도 각각 3천억 원, 4천억 원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늘릴 계획입니다.

반면 외국계 보험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재무 상태가 탄탄해 급하게 자본을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RBC비율 상위권 10곳 가운데 8곳이 ING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로 300%를 웃돕니다. 국내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지만,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 많아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부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무설계사/ 문의 010-7173-7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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