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은 다윗 왕조 유대나라가 바벨론에게 멸망하기 직전을 살았던 고난과 기도의 사람이다. 유대는 바벨론에 의해 3차례에 걸쳐 침공을 당했다. 1차 침공에서 바벨론은 총명한 귀족집안의 유대 소년들을 인질로 잡아 갈 때, 다니엘도 포로로 끌려갔다. 바벨론에서 다니엘은 조국이 2차, 3차에 걸쳐 파괴당하고, 심지어 자기 왕이 짐승처럼 포로로 끌려오는 것을 목격하는 참담함을 겪어야 했다.

다니엘은 민족적이고, 국가적 비극의 현실 속에서도 신앙 정신적으로는 자유의 사람이었다. 다니엘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어떤 문제도 해결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포로로서 일생동안 부모를 만나지도 못했고, 가정을 가지지도 못했으며 그리운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그러나 어떠한 비극도 그를 좌절의 늪 속에 빠트리지는 못했다.

어떻게 다니엘은 포로 된 자로서, 피 압박 민족으로서 그렇게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었는가. 그것은 그가 가진 신앙적 세계관 때문이었음이 확실하다.

느브갓네살이 바벨론 왕에 등극한 지 2년 만에 꿈을 꾼다. 왕은 그 꿈으로 인하여 마음이 번민했으나 어떤 박수나 술객도 왕의 꿈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꿈의 해석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때 다니엘이 왕이 꾼 꿈(단 2:31~35)을 말하고, 그 꿈을 해석했다.

그 꿈은 하나님께서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에게 계시한 세계의 미래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신상의 머리는 금이요, 가슴과 두 팔은 은이며, 배와 다리는 놋이었고, 다리와 발가락은 철과 흙으로 섞여 있었다. 그것은 가고 오는 세대의 각각의 나라를 의미했다.

금의 나라는 바벨론이요, 은의 나라는 그 후에 세워질 고레스왕의 메데, 파사였으며, 놋의 나라는 알렉산더의 헬라제국이고, 철과 흙이 섞인 나라는 로마제국을 의미했다.

느브갓네살 왕은 꿈속에서 휘황찬란한 신상의 겉모양을 본 반면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은 그것을 단지 열강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허상에 불과 함을 통찰했다. 다니엘에게는 세계 제국의 영화가 아무리 찬란한 것이라도 그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니엘은 그 신상이 가진 두 가지의 약점을 간파한다.

상체는 중량이 무거운 금속으로, 하체는 그렇지 못한 진흙과 철이 섞인 자료로 만들어진 약점을 본 것이었다. 이 구조는 대단히 불안한 상태를 나타낸다.

또 하나는 그 신상의 재료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혼합되고 분리되어 있음도 보았다. 이것은 세계 역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서로 반목과 살생하는 전쟁이 끝없이 연속될 것을 보여주는 것임을 다니엘은 간파했다. 이런 사실이 바로 겉으로 찬란한 신상과 같은 지상국가의 내면에 숨겨진 허상임을 다니엘은 본 것이다.
다니엘이 본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뜨인 돌 하나가 날아와 신상의 발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신상은 산산조각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신상을 친 돌이 세상에 가득한 것도 보았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뜨인 돌은 바로 메시아를 상징한다.

신약에서 메시아를 건축자가 버린 돌로 표현하고, 이 버려진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행 4:11)고 했다. 아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버려진 돌과 같은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철과 흙으로 된 나라 로마제국을 치셨다. 그 제국은 사라졌고, 뜨인 돌, 즉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만들고 계신다.

다니엘은 인종을 초월하고, 국가를 초월하여, 충만해질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현세의 무상함과 하나님 나라의 영원함을 믿는 신앙적 세계관과 역사관을 가지므로 현실의 극악한 상황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자가 되어 살았다.

분명한 소망과 결과를 바라보는 영의 눈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하지 않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그 어떤 이들보다도 더 사회의 많은 부조리 속에서 좌절할 수도 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급급해 한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 처신이 달랐다. 다니엘은 가장 견디기 어려운 비참한 현실 가운데에서 그 문제를 초월하여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섭리를 믿는 믿음 안에서 자유인이 되었다.

지금의 상황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또 도피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다니엘이 가졌던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나를 향한 주권 섭리를 통해 세계 역사의 허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실상을 보고, 하나님을 믿고 아는 거룩한 자유인으로서 비전의 사람으로 서야 한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