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비록 3당 합당의 산물이었지만 최초의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의 초기 지지도는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으나 결국 IMF라는 비극으로 끝이 났다. 파산 난 나라를 이어받은 실질적 민주정부인 김대중 정권은 폐허가 된 마당에 홀로 서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IMF를 극복해내었음에도 결국 그 종말에는 측근들로 인해 몰락을 피해가지 못하였다. 다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숨은 사연들이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 초반 지지도는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노무현 정부와 단절하겠다는 쉽지 않은 대통령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국민적 지지와 여망을 안고 출발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뼈저린 과오들을 곱씹으며 어찌하든지 성공한 정권으로, 박수받으며 퇴장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정권을 책임진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고언과 충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며, 오히려 입에 발린 아첨의 무리들을 기어코 멀리할 때 성공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거친 호흡을 내뿜고 있다. 일견에서는 과도한 검증이라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의 검증은 과도한 것이 아닌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의 민주 역사가 짧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의 과거가 그 만큼 어둡고 도덕적이지 못하였다는 짧은 민주주의 경험을 원망할 따름이다. 청문회제도 도입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따지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찬반이 있으나, 이미 상당기간 절름발이 같지만 그 기준으로 검증을 해왔고, 어느 듯 우리들의 인식 속에는 적어도 고위공직직자가 되려면 자기 처신과 주변관리에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지를 심어 주었다.

어쨌든 이미 지나가버린 허물을 그냥 인정해주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까운 인재들이 진정한 사과와 합당한 댓가를 치름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일들로 인해 낙마한다면 이는 국가적인 손실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공직자 임용배제 5원칙 가운데 악질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는 시대에 관계없이 엄히 다루어야 하겠지만, 그 당시의 정황에서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은 지금이라도 충분히 반성하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하게 함으로서 이 검증의 과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할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야당의 에누리없는 검증 잣대에 걸려 낙마한 이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같은 사회적 분위기의 합의가 있었다면 살아났을 인재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검증의 기준과 원칙은 후퇴하면 안된다. 다만 과도기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여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한 진정성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더 많은 양보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집권 세력이 자기 사람을 기용하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그 사람을 쓰기 위하여 기준과 원칙을 뒤로 물리면 훗날 정권이 뒤로 물러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참여의식을 고양시킨 주력이 누가 뭐래도 지금의 정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민주적 질서와 절차에 대하여 자신들부터 더 엄격하여야 한다.

황궁안에 초원의 천막을 치고 황제를 비롯한 모든 신하들이 초원을 기억함으로 자신들의 나태와 안일을 경계삼았던 원제국은 천하를 지배하였으나 초원의 야성을 잃어버린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지금 집권당의 최대 자산은 민심과 민주이다. 만일 집권당이 민심이 얼마나 무서우며 중립적이고 가변적인지를 모른다면, 민주적 유산이 얼마나 가혹한 적용을 원하는지를 모른다면 그들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다. 정권초기의 높은 지지도와 산뜻한 분위기에 도취되지 말라. 더 엎드리고 더 부드럽게 모두를 안고가야 하지만, 더 치밀하게 전광석화 같지만 또 천천히 가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하나 정치보복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은 꼭 해야 한다면 1년은 넘긴 뒤에 하는 것이 좋다. 혹자는 그런 일은 집권초기에 아니면 힘들다고 하겠지만, 집권초기의 성공은 정치보복이요, 1년 뒤의 힘겨운 성공은 적폐청산이다. 민심과 민주는 그 추이를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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