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추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가열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계의 반발과 선거철 표심을 의식한 정치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번번이 무산돼 오다가 지난 2016년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된 후 그 시행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이 끝난 올해 말까지 유예되었다.

따라서 시행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논란이 될 여지는 있었으나 이를 시행해야 할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먼저 긁어 부스럼을 낼 하등의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의 불을 당겼다.

김 의원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교인과세를 지금 시행하면 각종 갈등이 불 보듯 뻔한 데 이 분야의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는 게 옳은가 해서 제가 2년 유예 법안을 발의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문제는 준비를 잘해서 국세청이나 세정당국에서 마찰 없이 과세할 자신이 있으면 유보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데 이 분야 전문가로서 지금 제가 보기에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2년 유예 법안 발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교계에서도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만약 세무당국이 종교인을 획일적인 조문 하나로 과세했을 경우 누군가 탈세 제보를 했을 때 세무공무원이 교회에 들어가 교회장부를 뒤지고 목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게 되면 뒷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바로 그런 문제들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구체적으로 협의된 과세 기준을 만들어서 자진 신고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이 교회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에서 유예기간 동안 종교계와 구체적인 조율없이 시간만 보내왔기 때문에 앞으로 2년간 그 준비를 꼼꼼히 해서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교연은 “시의적절하다”며 사실상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교연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경우 그 혼란과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정부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기 전에 각 종단마다 가진 고유한 영역과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과세 기준을 정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납세의 의무 앞에 종교인도 예외는 없는데 이제 와서 유예부터 말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는 처음부터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이다. 한국천주교는 1994년부터 성직자들의 성무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과세 형평 차원에서 과세 의지를 밝힌 지난 46년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기독교계는 처음에는 교인들이 낸 헌금으로 생활하는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해 오다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세수 증대 보다는 조세 평형성에 무게를 두고 추진해온 만큼 시행에 앞서 교계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여 권력과 종교간의 새로운 갈등과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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