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착 초기에는 부족마다 힘이 세고, 지혜가 출중한 장수가 백성의 지도자 역할을 했다.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백성들은 강력한 왕국을 세우고 싶어 했다. 주변 나라들이 왕권을 바탕으로 약소민족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 주자니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이 되고, 안 들어 주자니 자신이 백성들로부터 제 욕심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삼상 8:7을 보면 그의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 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어라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

하나님께서는 왜 백성들이 사무엘이 아닌 당신을 버린 것으로 여기시면서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신 것일까?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백성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길을 열고자 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성이 하늘’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신명기 신앙인은 백성들과 지도자인 사무엘 사이에 벌어진 불신의 벽을 풀어내는 방법을 이런 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한 번 기울어지면 좀처럼 돌아서지 않는 법. 이미 불신을 자초한 사무엘의 호소는 역효과만 냈다. 마침내 사무엘은 백성들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명기 역사가의 관점에 의하면, 나라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신뢰이다. 이병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능력만을 과신하고 국민을 우습게 여긴 게 탈을 일으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가 지녔던 무소불위의 권력이면 못할 게 없을 것으로 여기다가 사단을 일으켰다. 성공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치명적이고, 가장 큰 실수는 어떤 ‘성과’로서 자기가 옳았음을 증명해보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믿음의 길은 순종의 길이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자기 고집을 꺾어야 믿음의 길이 열린다. 세속사회 지도자라면 제 고집을 꺾고 국민을 믿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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