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서진의 문신 부현이 편찬한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 등장한 구절에 근묵자흑[近墨者黑. 近 (가까울 근). 墨 (먹 묵). 者 (놈 자). 黑 (검을 흑)]이란 말이 있다. 이는 “먹을 가까이 하다 보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나쁜 버릇에 물들게 된다.”는 의미이다. 즉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로써,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스승의 행실을 보고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스승을 닮게 되고, 나쁜 무리와 어울리면 보고 듣는 것이 언제나 그릇된 것뿐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일깨운 고사성어 이다. 이에 대해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고도 한다.

그 유래를 볼 것 같으면, 近朱者赤(근주자적) 近墨者黑(근묵자흑) 聲和則響淸(성화즉향청) 形正則影直(형정즉영직), 붉은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은색으로 물들고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진다. 소리가 고르면 음향도 맑게 울리고 형상이 바르면 그림자도 곧아진다는 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즉 “사람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고 그 근본을 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시 때때로 자신을 살피어 탁한 것에 가까이하지 말고 늘 자신을 정갈이 하라 그리하면 저절로 올바르게 되리라”는 가르침이다.

유사한 말로 "쑥대가 삼대 밭 속에서 자라면 부축해 주지 않아도 곧으며, 흰 모래가 개흙 속에 있으면 함께 모두 검어진다."는 순자의 말도 있다.

또한 “심연에 있는 괴물을 바라볼 때엔 거기 있는 괴물도 당신을 바라 볼 거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도 있다.

공자의 ‘지란지교’에 관한 내용 중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향기 그윽한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그와 함께 오래 지내면 비록 그 향기는 맡을 수 없게 되지만, 자연히 그에게 동화되어 착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악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마치 악취가 풍기는 절인 어물을 파는 가게에 들어간 것과도 같아서, 그와 함께 오래 지내면 비록 그 악취는 맡지 못하게 될지라도, 그에게 동화되어 악한 사람이 된다.”(참고 : 고사성어)

성경은 “궤휼을 네 입에서 버리며 사곡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잠 4:24). 패역한 자의 길에는 가시와 올무가 있거니와 영혼을 지키는 자는 이를 멀리 하느니라(잠22:5). 거짓 일을 멀리하며 무죄한 자와 의로운 자를 죽이지 말라 나는 악인을 의롭다 하지 아니하겠노라 (출 23:7). 는 등의 말씀에서 보듯이 더욱 적극적으로 불의 악독, 등과는 그 연을 끊어야 함을 강력히 증거 한다. 함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일들이 의와 불의, 정의와 패역, 진실과 거짓, 악행과 선행 등에는 눈을 감아 버리고 ”이건 아니다“하는 사안에도 당론(黨論)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과 행동을 하는데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민의를 대표하는 이들이라면 국익을 위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그 민의를 따라야 하며, 내일의 영욕을 위해 눈을 감아 버리거나 같은 물에 잠기기보다는 자신의 소신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양심에 꺼리는 일이라 해도 당론이기에 그 양심마저 저버린다면, 어떻게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립군’이란 영화에서는 ”왕의 깃발이 왜 용이 두 마리일까?하는 질문이 던져 진다. 이에 “하나는 백성이요 하나는 왕이다.” 라고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역시 민의를 무시한다면, 이미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당원에 불과할 것은 아닐까? 특히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이라면 더더욱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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