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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1935∼)의 '방문객'(문현미 시인)
문현미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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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08: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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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문 현 미 시인
만남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만들고 나쁜 만남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한다. 삶에는 여러 만남이 있다. 부모와 자식의 만남, 스승과 제자의 만남, 남과 여의 만남, 직장 동료 간의 만남 등. 이런 만남에 대하여 시인은 시의 서두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표현한다. 이어서 그 이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힌다. 즉 방문하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수사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무런 미학적 장치가 없는 듯한 시적 전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시의 묘미가 깃들어 있다.

시는 시인이 자연이나 인생 또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느낀 감정을 짧은 형식 속에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문학이다. 표현 매체가 언어이기 때문에 다른 예술과 달리 오직 언어를 통해서만 표현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시인은 언어를 잘 다루어야 하고 그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날 때 좋은 표현, 감동적인 표현을 하게 된다. 그만큼 언어가 소중한 역할을 한다. 시인은 시어를 선택할 때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집중을 한다. 고심 끝에 선택한 시어를 어떻게 조합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시의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정현종 시인은 탁월한 시행 배열을 통하여 운문으로서의 시가 지니는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동반한 만남이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인가. 그런데 거기에는 “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움“이 함께 오는 것이니 방문의 무게는 남다르다. 시의 후반부에 이르면 시인의 시적 사유와 감각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반부에서 보인 돌올한 시적 사유와 감각이 더 심도 있게 전개된다. 그래서 문학적 밀도가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에서처럼 한층더 축적되고 있다.

한 권의 시집에서 좋은 시 한 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력이 긴 시인들의 많은 시편 중에서 이른바 명시를 발견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시인이면 누구나 울림이 큰 시나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시를 쓰고 싶은 바람이 있다. 시 「방문객」은 만남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언어에 대한 예지적 감각을 통하여 서정적 완성도를 높인 명편이다. 독자는 이런 좋은 시를 읽음으로써 만남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되고 시가 주는 감동에 전율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좋은 시는 읽을수록 존재의 날개를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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