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세상에 진실만으로 설득되는 것이 있는가? 간혹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철부지들을 본다. 진실에 설득당하고 진실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일인데 타인이 그 진실에 동의해주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그를 비난하거나 자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실의 수납여부는 오직 자신의 문제이고, 그 진실의 정당성과 진위도 오직 자신의 양심의 문제일 뿐,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 이런 류는 소위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라고 불리며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믿는 순진함과 실천의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미숙한 이상주의자들이다. 그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훗날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나의 양심에 호소할 뿐이다.”라는 말들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엄중하게 들리지만 의미없는 말들이다. 절대진리는 절대 무익하다. 즉 “A는 A다.”는 부정할 수 없는 절대진리지만 아무 데도 쓸데없는 절대 무익한 진리라는 뜻이다. 절대진리의 신봉자들, 곧 이상주의자들의 현실적 한계이다.

서두가 길어진 것은 새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최대의 약점이 이상주의였고, 사악한 현실과 괴리된 이상주의자들의 집권과 실천력이 보여준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상은 숭고하나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경륜은 짧았고, 능력은 모자랐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백이기도 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다시 그런 이상주의로 향하는 느낌을 받고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정치투쟁과 싸움에 탁월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대미, 대중, 대일, 대북정책의 아마추어리즘은 진짜 국민들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사드의 기습배치는 절차상에서 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야기시킨 무리수였지만, 어쩌면 새 정부 입장에서는 큰 짐을 들어준 것이다. 주한미군을 지키려는 미국을 위해 사드 배치를 허락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 이미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하면서도 일단 설치해 놓고 새 정부에 공을 넘긴 담당자들의 고육지책을 지지해 주고 싶다. 이미 배치된 사드를 놓고 미국과 시비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설득하고 다독여야 할 정부가 이 엄중한 국제 아젠다를 어설프게 국내용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지켜볼테니 알아서 하라는 미국의 반협박성 비아냥과 차제에 이를 철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가능한 기대감을 갖게 된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하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이고, 이들의 안전은 곧 한미동맹의 근간인 바, 그들의 안전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사드배치의 절차를 문제삼아 주한미군의 현실적인 위험을 최대 일년이상 미루겠다는 발상은 결코 바른 외교안보는 아닌 듯하다. 마초 트럼프는 국제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인권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강조한 그는 리야드에서 “우리는 강의를 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124조원 어치의 무기를 판매하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3일 국무부 직원들에게 “인권을 따르라고 너무 과도하게 조건을 걸면 안보적·경제적 이익을 증진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했다. 결코 칭찬 받을 일은 아니지만 냉혹하게 자국이익 중심의 트럼프가 미국 내의 반트럼프 정서를 탈출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른다.

악동 마초 트럼프, 능구렁이 시진핑, 여우 아베, 국제조폭 김정은을 상대하는 새 정부의 미숙하고 어설픈 민주놀음과 이상적 아마추어리즘이 가지고 올 뼈아픈 결과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냉혹한 국제현실에서 자국이익의 실현을 방해하는 어떤 문제도 뛰어넘을 수 있는 프로다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대해 공감하고,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동맹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정치권의 세련된 후속 조치들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적인 원칙과 경도된 지지층의 논리에 갇혀서 국내용과 국제용을 구분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국가운명의 미래를 결정할 외교안보정책의 방향타를 쥐면 안된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교훈으로 적어도 외교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가장 영악한 프로정권이 되기를 촉구한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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