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작금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특수한 직업을 빼놓고는 공무원이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말처럼,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점에서 너나할 것 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공시생’이라는 말이 흔할 정도로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말처럼 공무원이 쉽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 나간다는 7.9급 공무원 지원자만 28.9만명에 육박하고, 이들의 합격률은 고작 1.8%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그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온종일 공부에만 몰두한다. 식사시간과 간단한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일일 평균 학습시간만 9시간에 육박한다. 청춘을 온통 공무원 준비에 쏟는 것이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되돌리기도 쉽지 않지만, 청춘들은 오늘도 노량진으로 모여들어 미래의 ‘철밥통’을 꿈꾸고 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청년들의 인식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노후까지 별 탈 없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 하나만 보고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수많은 공시생 중 최후의 승리자는 고작 몇% 그친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다른 직장을 구해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어렵다. 이 사회는 양질의 직장을 찾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갈 곳 없는 청년들은 꿈마저 잃어버린 채 세상을 원망하거나, 자괴감에 빠져 자포자기 심정으로 칩거생활에 들어가 버린다. 결국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국가의 미래마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운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낸다고 공언했다. 취임 초기 보여준 행보를 보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다. 단순히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의미가 없다. 장차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특정 부문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단기 보여주기식으로 그치지 않도록 체계화시켜,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회가 공무원만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곳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의 격차를 줄이고, 말 그대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인식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특정 직업에 국한된 사회가 아니라, 저마다 개성이 넘치고, 저마다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모두의 세상이 되도록 기틀을 다져주기를 바란다.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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