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바 울 목사

한국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느낌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음으로 몰고 가는 참극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 한 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아파트 입주자 중 한명이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인부들을 지탱하던 밧줄을 잘라버려, 다섯 아이를 키우던 가장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렸다.

충주 칠금동의 한 원룸에서도 80대 노모와 아내, 아들,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가장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기는데 불만을 품고 있던 집주인이 집을 방문한 인터넷 설치기사의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두 사건만 봐도 얼마나 가치 없는 일로 무한한 가치의 생명을 죽음으로 이끌고 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단지 시끄럽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였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기엔 너무도 미약한 이유다. 그만큼 이 사회가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 무지하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어긋난 채 돌아가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 전체가 심각한 개인이기주의와 생명경시풍조에 물들어 질병에 걸린 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생명이 없는 죽은 사회로 좌초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야할 한국교회마저 온전히 서지 못해 이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고, 공교회성 훼손은 물론, 영적 지도자들마저 세속화에 물들어 있다. 물질에 함몰되어 정작 청지기적 사명감당에는 소홀하다. 대사회적인 책임에 있어선 더더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결국 생명을 등한시 하는 사회구조가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며, 그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교회가 오히려 그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모두가 두 명의 가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이다. 분명한 것은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존엄성을 상실할 수 없다. 남녀노소,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그 누구도 소홀히 대함을 받을 이유가 없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아들을, 남편을 잃어버린 피해자 가족들의 상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어떠한 핑계로도 정당화 할 수 없다.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모두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무한성장에만 목을 매지 말고, 진정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아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와 이 사회가 하나된 공동체로 거듭나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생명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예장 호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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