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일제의 오랜 식민통치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수십 년 만에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런 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사례에 속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전후에 급속한 발전을 이룬 한국을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며, 경제발전과 민주화, 정부 개혁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그대로 따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67주년이 되는 해다. 해마다 6.25전쟁 기념일이 되면 대형 교회 등 여러 기관 단체들이 보은 차원에서 6.25참전 용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갖는다. 20대의 꽃다운 청년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은 이제는 9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어 지팡이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폐허 속에서 기적을 이룬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보곤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 속에는 UN의 결의로 우방인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그 희생의 결과 오늘의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긍심과 부러움이 함께 묻어있다.

그들은 다시 찾은 이 땅에 와서 한결같이 과거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나 6.25전쟁은 64년 전에 완전히 끝난 전쟁이 아니다. 정전협정으로 포성이 멈추었을 뿐 언제든 다시 발발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북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일으키고, 미사일과 핵 실험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언제든 이 땅에서 6.25와 같은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투절한 안보의식으로 뭉치지 않으면 지금의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전쟁의 깊은 상처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아물고 나아지겠지만 그날의 기억까지 망각해서는 안 된다. 매년 6.25 전쟁기념일에 즈음하여 목숨 바쳐 우리나라를 도와준 UN참전 장병들을 초청하여 감사와 보답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동안 호국 보훈이란 용어는 그냥 6월이 돌아오면 한번 생각해 보는 겉치레 용어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 나라를 지키다 희생한 분들을 국가가 정당한 예우와 함께 존경과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면서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고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면서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우리 국군, 그들의 짧았던 젊음이 조국의 땅을 넓혔다”고 전하면서 “그 분들의 명예를 지키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에게 존경받도록 만드는 것은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선언했다.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응당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채이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교회와 사회의 몫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전쟁이 끝난 지 64년이 되어서야 국민 앞에 이런 약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충성하고 희생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에서 최고수준의 예우로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 것이야 말로 수백억 들여 전쟁무기를 구입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 안보역량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