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수 강 목사

구약 성경에 등장한 인물들 가운데 국정을 주관한 역대 왕들과 그리고 신과 인간 사이 종교를 전담했던 선지자, 선견자, 예언자, 제사장 등이 있다. 군주인 다윗왕은 나라 정치와 제사장의 직분을 겸직한 것 같으나 때로는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하나님께 묻게 하여 정교분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지자 중에 사무엘은 사울 왕을 기름 부어 세웠지만 때로는 칼을 들고 포로로 잡혀 온 이방 왕들을 직접 처형하는 일도 감행하여 정치와 종교를 함께 행사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정치와 종교를 겸한 것 같아 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제정일치 시대에는 세상 정치의 구심점인 왕을 하나님의 사람이 친히 기름 부음과 동시에 왕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거나 우상을 섬길 때에 경고한 사실은 대표적인 예이다.

신약시대에 와서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예수님의 대답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하신 내용은 정교분리(?)를 분명하게 하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수님은 당시대 정치와 종교를 겸직한 바리새파 당원들에게 “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드냐?” 라고 저주를 퍼 부은 것을 보면 하나님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보게 한다. 그러므로 종교인들은 국가의 정치나 사회의 불의에 대한 정의 실천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으며, 정치에 몸을 담지 않더라도 세상 정치가 잘못되어 백성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선지자의 소명을 십분 발휘했다.

그런데 현대 교회는 덩치가 커짐과 동시 교인을 대표한 목회자들이 세상 정치에 뜻을 두려는 자들도 간혹 나타난다. 그럴 때에는 교회는 목회자의 정치적인 길에 들어서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정치 자금을 헌금에서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직접 정치에는 참여치 않지만 교인 중에 정치에 뜻을 품은 자들이 있으면 은근히 정치적으로 후원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교회가 좌 또는 우로 치우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교회에는 여당을 지지 하는 교우와 야당을 지지하는 교우들의 섞여 있기 때문에 교회 지도자들의 정치적인 발언은 자칫 정치적인 노선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됨으로 가급적 설교 시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 편이 타당하다. 만약 국가가 정치권력의 힘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거나 독재나 사상적으로 국민들을 억압하는 경우는 교회는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여 성도들이 정치적인 잘못된 사상과 이념에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교회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의 정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상과 이념의 발원 근거가 무엇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정치현실을 알아야 만이 사상과 이념의 역사적인 발생 배경과 진행 과정을 소상하게 지도할 수 있다. 혹 성도들이 알지 못해 실수로 비판 없이 잘못 받아드린 사상과 이념의 짧은 지식과 상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여 신앙생활의 순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는 보수와 진보가 불특정 기간 동안 나라의 정치를 분담하는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의 정치 수준이 실제 정치 현장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한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 장기집권으로 인한 국민들의 폐해를 익히 겪어 알고 있었기에 보수와 진보의 정치에 편승한 국민들도 적당히 보수와 진보가 서로 주고받듯이 나라 정치를 맡겨 좌우대칭이 균등하게 하고 있음을 정치인은 겸허히 받아드려야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나라의 정치를 맡은 자들이 임기 5년 동안 대한민국을 통째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성원해야 한다. 임기동안 한편만의 정치력으로 전 국민을 쇠 뇌화를 통해 반쪽 정치로 천지개벽 시도는 민주주의 정치 하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적폐를 청산할 계획으로 정치를 감행 한다면 이는 다람쥐 체 바퀴 돌듯이 또 돌아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치력이 교대로 정권을 잡는다면 언제나 낮과 밤은 자연의 법칙임을 알자. 진보는 진보의 특성을 잘 살려 국민들에게 진보의 미덕을 세우는 정치는 해야 하고, 보수가 정권을 장악하면 보수의 특성을 국민들에게 알게 하여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낮과 밤을 예찬하는 국민들이 되게 해야 한다. 이게 정치력이 아닌가? 문제는 국내의 보혁 대결의 근원이 일제 36년과 육이오 한국전쟁으로 인한 부산물로, 반세기가 넘도록 사상과 이념으로 얼룩진 대결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데 있다. 68년 전 일어난 전쟁 후유증을 한국교회는 기도로 치유해야 한다. 6,25로 야기된 사상과 이념 좌우대결을 조화시켜 국민들을 선진민주주의로 이끄는 일이다.

필운그리스도의교회/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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