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시중에 퇴직 공무원, 교사, 군인의 퇴직금은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라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있다. 아무도 평생 공무원, 교사, 군인으로 산 사람을 멍청하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여기지 않지만 사기꾼들에게 당하는 이유는 평생 공무원, 교사, 군인으로서의 사고와 방법과 그 부류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야 전문가지만 다른 영역에서 그들의 전문성은 아마추어이고, 다른 분야의 악질 전문가들, 곧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명분인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사회가 비정상인 것 같고, 정상화를 부르짖었던 그들이 또 다시 정상화의 대상이 된 것을 보면 잘못된 그 무엇이 유령처럼 드리우고 있어, 어떤 정치세력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단언컨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들이 실패한 것은 바로 위에서 말한 대로 보수와 진보세력이 자기들만의 패러다임으로 사태를 보고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진보정권은 보수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진보의 적폐를 쌓았고, 뒤이어 집권한 보수정권은 진보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보수의 적폐를 쌓았다. 이 악순환이 비정상의 정상화에 실패를 거듭한 우리 정치사의 비극적 프레임이다.

그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햇볕정책이다. 국제정치에서 모두가 비정상국가로 지목한 것이 북한정권이다. 건강했던 미국청년 웜비어의 죽음과 김정남의 암살이 상징하는 인권유린,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북한을 세계는 비정상국가로 낙인찍었다. 그런데 이 북한을 대하는 새정부의 태도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것과 유사하니 의아할 뿐이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여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펼친 햇볕정책이라는 통일의 파라다이스는 그 순진함으로 인해 김정일로부터 철저하게 농락당했음은 물론 무너져가던 북한 정권을 살려줌으로, 변명이야 어떠하든 북의 핵무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여 오늘의 북핵사태의 실제 원인제공자의 혐의를 쉽게 벗을 수 없다. 그런데 두 정부의 실패로 집권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반대로 그 보수성에 기인하여 북한을 좀 더 유연하게 다루지 못한 강공일변도는 북으로 하여금 더욱 핵개발에 몰두하게 만들었고, 내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적폐 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바로 앞선 두 정부와 마찬가지로 능력과 국민의 신뢰로 집권한 것이 아니고 앞선 정부의 실패와 대안부재론으로 집권했다. 그런데 이미 실패한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니 순진하기가 그지없고, 고의적으로 생각하면 불순한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는 아마추어적 선택을 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성공은 북한정권이 정상적인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할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라고 수없이 말해왔다. 나그네가 시합의 의도를 알고 있는 한 햇볕과 바람의 대결에서 승자는 언제나 나그네였음을 말이다.
지난 진보정권에서 실패한 방법이고,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방법이며,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역행으로 따돌림의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는 그들만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공무원과 교사와 군인 출신들의 처절한 실패와 같은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너무 높다. 각각 10년동안의 진보와 보수정권의 실패가 이를 증명하였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사상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결국 불문가지의 일이다.

이제 정치인 문재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우리의 대통령이요, 국가의 수반으로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 비정상인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과 의사와 그 처방이지 정상인과의 점잖은 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김정은의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지금 세계는 힘을 합쳐 정신과 의사로서의 치료와 처방으로 내놓는데 유독 우리 정부와 대통령만 순진한 햇볕정책과 대화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듯하여 답답한 노릇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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