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남석 목사

“하나님께서는 왜 제게 아프리카를 그것도 최빈국 우간다를 품게 하시는가?”

가난과 굶주림,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 받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하나님의 아파하는 마음을 따라 헌신하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최빈국 우간다를 방문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약 15시간을 비행 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다. 아프리카라는 먼 곳까지 가야하기에 출발 전부터 여러 걱정이 앞섰지만, 생각보다 좋은 날씨를 마주하자 하나님께 첫 감사를 고백할 수 있었다.

울퉁불퉁한 황토색 도로를 따라 부둠바로 향하는 버스 밖 풍경은 ‘이것이 아프리카구나’라고 느껴지게 했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평야는 가난한 집안의 조각보처럼 황금색과 연두색, 진녹색이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아프리카를 무덥고 황량하며, 가난한 대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곳 우간다에서 만난 아이들의 맑은 눈빛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희망과 비전이 이곳에 있음을 보여주셨다. 처음 밟아보는 아프리카 땅, 이곳에서의 첫 만남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맨발에 위험한 거리를 활보하며 머리에는 바구니를 이고 거리에서 일을 하는 아이들, 길가에 멍하니 앉아 허공만 바라고 있는 아이들.

깊은 시골로 들어갈수록 아이들이 옷이랄 것 없는 누더기를 걸친 남루한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아! 하나님, 제게 무엇을 보이시고, 무엇을 하게 하시려고 이 먼 곳 우간다에 보내셨나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로 인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밤새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이른 시간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만나러 이동했다. 편치 않은 몸으로 여섯 소녀를 홀로 돌보는 할아버지 가정을 찾아갔다. 그는 에이즈로 자식 부부를 잃었다고 했다. 손녀 하나는 소아마비로 걸을 수 없어 흙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냄비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흙바닥 부엌과 일곱 식구가 제대로 들어가기에도 비좁은 방 한 칸이 전부였다. 옥수수 몇 개를 삶아 하루 식사를 대신하는 이 가족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함께 찾아간 CTS PD들과 월드비전 직원들이 두 손 가득 밀가루와 설탕을 내미니, 아이들이 받아 들고는 “감사하다”며 금세 웃음을 보였다.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는데 왜 이렇게 미안한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미어졌다. 아이들의 영혼은 원래 이렇게 맑은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한참 생각에 잠겼다.

“나의 하나님 그리고, 이들의 하나님은 다를 것이 없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하나님께서는 내게 긍휼한 마음으로 저들을 보라 하시고, 당신의 아픔을 나도 느끼고 아파하라고 나의 마음을 마구 흔드는 듯 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나는 부모를 잃고 희망도 꺼져가는 이 가련한 가정에 염소 한 쌍을 사주었다. 그래야만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염소 한 쌍은 6개월이 지나면 새끼를 낳고 2년 정도 지나면 소를 구입할 수 있는 밑천이 된다. 소를 키워 우유를 짜서 먹거나 팔면 아이들 교육도 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기를 기도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1년 내 삼모작도 가능한 비옥한 땅과 푸르름, 가난할 뿐 맑고 빛나는 수없이 많은 어린 눈망울들. 분명 이곳 아프리카 우간다는 하나님의 기대와 비전이 있는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우리가 기도로 물질로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나를 이 먼 아프리카에 보내신 하나님의 이유였다고 깨닫는다.

은퇴한 이 노년의 목회자를 하나님께서 다시 쓰시겠다면 기꺼이 늙은 몸뚱이라도 내어 놓으려 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미 나를 통해 일하고 계심에 나는 다시 한 번 감사한다.

기성 증경총회장•세한교회 원로

▲ 우간다를 방문해 아이들을 만난 뒤 기도하고 있는 주남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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