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계에서 존경받는 원로 중에 한분인 손봉호 교수가 모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화제다. 손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되짚으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에 뼈있는 말을 던졌다.

“종교개혁의 핵심은 한마디로 ‘성경 권위의 회복’이다. 지금 한국의 교회는 공식적인 고백으로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종교개혁의 정신도 따르고 있다고 하나 실제는 다르다. 한국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를 좇고 있다.”

손 교수가 언급한 한국교회가 좇고 있다는 실질적인 가치는 한마디로 돈이다. 한국교회가 대놓고 돈을 숭상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교회, 어느 목회자든 돈에 매이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수님은 성경에서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라고 경고했으나 한국교회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 외면해 온지 오래다.

루터가 500년 전에 교회 문에 대자보를 붙여 교회개혁을 촉구한 것도 돈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 당시 교회는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아 절반은 빚을 갚는 데 썼고, 나머지 절반은 교황에게 바쳤다. 로마 교황청은 면죄부를 판매한 돈으로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했다. 그것이 교회를 부패하게 했고 결국 종교개혁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독교를 썩게 만든 돈 문제는 500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팔아 충당해야 했듯이 기독교 역사에서 예배당이 커지고, 화려해지고 교인 수가 늘어나면 어김없이 돈이 문제가 되었다.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돈에 사로잡힌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과연 돈 문제에서 자유롭다 할 수 있겠는가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다. 그래서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불교계에 수불 스님이란 분도 얼마 전 불교계 내부를 향해 쓴 소리를 던져 화제가 됐다. 그는 한국 불교가 내부의 부패와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최근 수년간 불교의 신도 수가 300만 명이나 줄어들고 출가자도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종단이 앞서서 사회와 소통하고 미래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며 리드해도 부족할 판인데, 스님들이 불교 안에만 갇혀 종권 다툼에만 몰두하느라 손가락질 받는 데서 위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교계의 자성의 목소리는 인구조사에서 처음으로 기독교에 추월당한 데서 보듯이 현실적이고 절박한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수불 스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교도 과학보다 못한 가르침이라면 앞으로 도태될 것이다. 불교계에서 밝은 지혜를 대중에게 전해주기 위한 선(禪) 수행자의 공부와 정진이 더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해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중이 더 떠나기 전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행자 중심의 집단으로 불교를 개혁해야 한다”고도 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가 정점에 있으니 위기라고 했고, 수불 스님은 불교가 추락하고 있으니 위기라고 했다. 두 사람의 관점이 전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종교의 위기 상황을 바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다만 기독교는 정점에 선 것이 아니라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고 위기가 아니라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것은 주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섬겨온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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