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되었다. 마침 그 길을 지나던 한 제사장이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레위인도 외면하고 떠났다. 어떤 사마리아 사람이 여행하는 중에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상처를 싸매고 나귀에 태워 여관에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사마리아 사람은 여관 주인에게 돈을 주며 이 사람을 돌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만일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올 때 갚겠다고 하고 떠났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시며 “누가 강도만난 사람의 이웃인가”고 물으셨다. 그리고 “너희도 가서 이와(선한 사마리아인) 같이 하라”고 명령하셨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던지시는 주님의 화두이다.

중국 쓰촨성에서 또다시 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쓰촨성 야안(雅安)시 루산(蘆山)현에서 발생한 이번 대지진으로 이미 220여 명 이상이 사망했고 1만2천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진앙지인 루산현은 가옥의 절반가량이 파괴되어 17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의료시설이 없는 농촌지역이라 응급처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사망자가 더 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지난 2008년 5월 12일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하여 8만 6천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원촨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아직까지도 상처를 채 치유하지 못한 당시 37만 명의 부상자들과 이재민들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일어난 참혹한 재난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지진과 기근 등의 재앙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겸손하게 되돌아보면서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끝없는 탐욕으로 맞바꾼 우리의 죄악을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2일 박위근 대표회장 이름으로 발표한 긴급 담화문에서 “한국교회와 온 성도들은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 벌어진 엄청난 재난을 남의 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재난을 당한 모든 분들을 하나님께서 두 날개로 품어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하며, 또한 가족과 거처를 잃은 이재민들을 돕는 일에 앞장 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중국은 6.25전쟁에 개입해 인해전술로 우리에게 엄청난 희생을 안긴 나라이다. 더구나 중국은 지금도 국제사회에서 줄곧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재난에 그리 좋은 감정이 들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원수라도 사랑하며 먹이고 재우라고 명령하신다. 강도만난 사람의 상처를 싸매고 정성껏 돌봐줬던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우리도 이웃나라의 불행을 덜어주기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을 실천해야 한다. 아이티 대지진 때도,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때도 한국교회는 성경에서 가르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앞장섰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물으신다.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인가? “너희도 이와 같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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