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영국 여론조사업체인 컴레스에 따르면 영국의 10대 크리스천 중 35%만이 매주 교회에 간다고 답했고, 14%는 한 달에 한 번 간다고 답했다. 또 두세 달에 한 번이라고 답한 10대가 10%, 1년에 한두 번이 27%, 아예 안간다는 11%에 달했다. 말 그대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크리스천인 ‘가나안 성도’의 퍼센트가 높다. 마지못해 교회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니 묘하게 비슷한 부분이 많다. 솔직히 현재 우리나라의 성도들은 혹자는 700만이다, 누군가는 900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숫자의 개념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이들 중 과연 몇 %가 매주 교회에 갈까. 반대로 이들 중 몇 %가 가나안 성도들일까. 이 부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때 한국교회는 성도수가 늘었다는데 자화자찬 하면서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매주 교회에 나가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가나안 성도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경우 가나안 성도들이 왜 많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왜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떠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한 답은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오늘 한국교회는 외형적인 성장을 제외하고는, 사회적으로 크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어디보다 성스러워야할 교회가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맘몬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과거 사랑과 정의의 종교였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세속화의 물결에 휩싸여 설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실의 숫자에만 의존해 마음 놓고 가다가는 언젠가는 유럽의 교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교회가 박물관이나 술집, 미술관 등으로 바뀌어 버린 유럽교회의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매주 가고 싶은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맘몬에 갇혀버린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의 욕망에 사로잡혀 세상적 가치만 좇지 말고, 주의 종으로서, 주의 몸된 교회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가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 운동을 벌여야 한다. 교회가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내외형적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과거의 목회형태에만 갇혀있지 말고, 장차 이 나라와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원이 될 청소년과 청년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목회로 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회로서의 본질(내실)을 다지고, 변화하는 세상에 슬기롭게 대처(대응)해 나가는 길만이 한국교회가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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