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창 훈 목사

교회 개척을 위해서 상가 건물을 얻어 놓고 돈은 없지만 그래도 꼭 있어야 될 것은 말씀을 전할 강대상과 성찬 상이었다.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어느 성구사에 가서 지금 당장 돈이 없으니 개척 예배를 드린 후 헌금이 들어오면 꼭 갚겠다고 했더니 고맙게도 거지꼴을 하고 있는 나를 믿고 강대상과 성찬 상을 배달해주었다.

개척예배를 드린 후 어느 기독교 백화점에 가서 목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무묭품을 잔뜩 골라서 카운터에 갔더니 웬일인가 백지영수증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가격은 알아서 적어가라고 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주의 종으로 부름 받아 신학공부를 마치고 목회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목회자를 향한 사탄의 간교한 공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일평생 사역을 마칠 때까지 넘어지지 않아야 겠지만 시작부터 넘어지면 어떻게 수십년의 목회를 감당하겠는가. 그래서 사장님께 일일이 전 품목과 수량과 단가를 다 적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총 금액 밑에 10% 할인 금액을 적고 나머지 지불할 금액을 적은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30년 가까이 보관하고 있다.

주님과 나만이 아는 양심적인 거래요. 영적 자존심의 기초였다. 목회자들에게는 별의별 유혹이 있고 사탄의 공격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물질적인 부분인데 얼마나 많은 목회자와 봉사자들이 물질에 미혹당하고 시험 들고 깊은 연단의 수렁으로 빠져 드는지 모른다. 특히 목회자는 시종일관 물질에 대하여 초연함과 깨끗함을 가지고 일평생 살아야한다. 돈 몇 푼에 신앙 양심을 팔면 주님도 나를 붙들었던 손을 쉽게 놓아버릴 것이다. 점점 돈 독이 올라 눈이 충혈되고 돈 맛을 즐기려 돈 줄을 좇아다니면 이미 주의 종의 자리에서 멀찌감치 이탈해 있는 상태이다. 주의 종들이 물질을 초월하면 살아계신 하나님은 초월적인 역사를 우리에게 나타내신다.

개척하고 1년쯤 지나서 교회가 성도들로 꽉 찼을 때 어느 날

한두 번 새벽예배 나오던 외국인이 새벽 예배 후에 만원짜리가 가득히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한달에 오만원으로 살던 나에겐 눈이 번쩍 뜨이는 큰돈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단의 장난으로 알고 그에게 물었다. T 단체에서 보냈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말했다. 두말하지 않고 야단을 쳐서 돈과 함께 돌려보냈다. 이런 유사한 일들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그때마다 물질에 미혹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며 은혜로 통과했다. 깨끗한 물질관은 주의 종들에게 담대함을 안겨다 주고 구할 때마다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케 하는 통로가 됨을 잊지말아야 한다.

동아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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