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예수님은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5:4) 그때는 베드로가 아직 예수님의 제자로서 주님을 따르기 전이다. 베드로란 이름은 예수님께서 요한의 아들 시몬(요 21:15)에게 새롭게 불러주신 이름이고, 그의 본래 이름은 시몬이다. 시몬이 베드로로 바뀌는 변화가 바로 신앙생활의 본질을 나타내는 변화의 사건이 된다.

시몬은 이성의 사람이요, 베드로는 사명의 사람이다.

시몬은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던 어부다.

그날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밤새 그물을 던지고, 던졌으나 한 마리를 잡지 못했다. 시몬이 빈 그물을 들어 털며 기진한 채로 찢어진 그물을 깁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숫가에 오셔서 무리들에게 말씀을 전하신다. 몰려드는 무리의 수가 점점 많아 말씀을 전하기 어려워지신 예수님은 시몬의 배를 빌려 타시고, 호수를 등지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신다.

말씀을 마치신 예수님은 찢어진 그물을 수선하며 주님의 등 뒤에서 말씀을 듣고 있던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

시몬은 그물을 손질하면서 그의 신경은 온통 말씀 전하시는 예수님께 모아졌고, 말씀을 경청했다. 그 예수님이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하시니 시몬은 주께 대답한다.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눅 5:5)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깊은 데로"란 말을 읽고 또 반복하여 읽는다. 읽을수록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말씀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깊은 데”는 갈릴리 바다의 깊은 데를 말씀하신다. 그러나 이 말씀이 내게는 "인생의 그물을 깊은 데로 던지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무릇 신앙의 세계는 영혼의 깊고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세계이다. 신앙생활은 영혼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는 생활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수십 년 교회를 다녔어도 깊은 영성에 이르지 못한 채로 촐싹거리는 초보단계에서 맴돈다. 일상생활에 매여 영혼 깊은 데로 그물을 던지지 못한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이르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라."

낮고 초보적인 삶의 자세를 바꾸어 깊은 은혜의 세계로, 깊은 말씀의 세계로, 깊은 기도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단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기독신앙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말한다. 기독신앙은 이치나 경험으로 믿는 종교가 아니다. 말씀(성경)에 의지하여 믿고, 따르며 삶을 드린다. 세상은 이치(理致)에 맞는 것만을 믿으려 하나 그리스도인은 이치를 따르지 않고, 말씀을 믿고, 말씀을 따르는 특질을 가졌다.

교부 터틀리안(Tertullianus. 160-240)은 "불합리한고로 나는 믿는다."고 했을 정도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은 것, 홍해가 육지같이 갈라진 것, 십일조를 드리면 쌓을 곳이 없도록 부어주시는 것,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 오병이어의 기적도 인간의 보편적 이치에 맞지 않는다.

파스칼은 "하나님은 철학자의 하나님도, 과학자의 하나님도 아니라 성경대로 믿는 자의 하나님" 이라고 했고 "신앙은 인간의 이성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우리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생각이 아무리 옳은 듯해도 말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을 버리고,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이 참 신앙의 길이다.

이치나 지식이나 경험에 맞지 않아도 주님의 말씀이면 순종하는 것이 신앙이다. “깊은 데로 가라.”는 말씀은 경험을 포기하고, 지식을 포기하고, 말씀에 순종할 것을 요구하시는 말씀이다. 누가복음 5장4절의 "말씀"은 헬라어로 ‘흐레마’요, 하나님의 말씀은 ‘로고스’다. 이 말씀(로고스)이 내 심령에 부딪칠 때 감동받아 은혜가 되는 말씀이 흐레마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자기의 경험적 지식이나 관념을 포기하고, 말씀에 의지하여 순종했다.

순종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벌(罰)이 무서워서 할 수 없이 하는 순종과 순종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하여 하는 순종과 기쁜 마음으로 조건 없이 즐겁게 하는 순종이 있다.

하나님은 순종을 기뻐하신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라.”(삼상 15:22). “하나님이 자기를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성령도 그러하니라.”(행 5:32)고 하신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아멘.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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