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얼마 전 서울대공원은 어른코끼리들이 물에 빠진 아기코끼리를 구해내는 감동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아직 채 한 살이 안 된 아기코끼리는 엄마코끼리와 놀다 실수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게 된다. 놀란 13살의 엄마 코끼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이를 목격한 36살의 이모 코끼리가 재빨리 달려와 초보엄마코끼리를 이끌고 물속으로 들어가 곤경에 처한 아기 코끼리를 물이 얕은 쪽으로 밀어내 구해내는 게 아닌가! 코끼리들의 가족 간의 유대가 남다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경험 많은 코끼리가 초보엄마와 협력해서 위기에 처한 아기코끼리를 구해내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동물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침팬지는 인간보다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탁월하다. 그럼에도 침팬지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호모 데우스]의 저자 하라리에 의하면 인간이 수많은 포유류 가운데서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침팬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팬지와 코끼리 그리고 개미와 벌 역시 인간 못지않게 서로 협력하는 데도 인간을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협력이 가까운 친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개미는 불합리한 환경에서 새로운 사회조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벌들은 그들의 못된 여왕벌을 단두대에 세우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침팬지와 코끼리도 마찬가지다.

하라리의 견해에 의하면, 가까운 사람 외에는 협력할 줄 모르는 사람은 침팬지나 코끼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낯선 사람(지식·제도)과도 유연하게 협력하는 사람이 사회를 통합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 이로 보면 자기가정을 보살피는 일은 분명 미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시야가 자기가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큰일은 못한다. 큰 기업이나 큰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은 분명 낯선 사람과도 유연하게 협력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평화는 어떤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가? 말할 것도 없이 원수와도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그런 지도자가 절실하다. 적을 원수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결코 평화는 오지 않는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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