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요즘 TV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과 ‘쇼미더머니’ 등 각종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1등이라는 맨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에 희로애락을 느낀다. 때로는 대리만족을 하면서 자신의 머릿속에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마치 가혹한 심사평을 쏟아내는 유명 가수들의 모습을 흉내 내기도 한다.

그런데 TV 속에서만 있을법한 순위 매기기가 학생들의 일상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조선일보의 ‘네 얼굴은 C급, 너 네 집안은 B급’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서로의 외모와 성적, 집안 사정 등을 두고 일명 서열 매기기 놀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놀이를 그저 장난으로만 넘기기에는 문제가 있다. 간단한 예로 A급을 받은 학생은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겠지만, 하위권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속상해 하기도 한다. 한창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외모나 성적, 혹은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하위권으로 순위가 매겨졌을 때의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서로 화기애애하게 지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비하하는 말을 하며 순위놀이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이들의 이러한 놀이가 우리 어른들의 1등 위주의 삶과 그대로 판박이인 듯해서 더 씁쓸하다. 사실 우리 어른들은 살아오면서 1등만이 최고라고 주문을 외워왔다. 취미나 특기는 뒷전이고, 오직 학교 성적이 1등이면 모두 용서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란 세대는 남들과의 관계설정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혼자만 잘 되면 된다는 개인이기주의에 빠지게 됐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웃지 못 할 말이 유행처럼 번져갔고, 급기야 사회 전체가 ‘우리’가 아닌 ‘나’라는 색깔로 칠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등만 있는 사회는 없다. 1등이 있다는 것은 그를 뒷받침해주는 2등과 3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이 사회가 온전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더욱이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외모나 성적, 집안 사정 등으로 급이 나뉘어 무시당할 이유도 없다. 모두가 하나님 아버지 안에서 평등하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서열 매기기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행태를 단순히 놀이로만 치부해 나 몰라라 하지 않기를 원한다. 이는 곧 ‘왕따’ 같은 반드시 없어져야할 아이들 세상의 그릇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수는 언제나 가장 작은 자, 약한 자, 과부, 아이, 가난한 자, 아픈 자, 힘없는 자와 동행했다. 사회적으로는 최하위 등급의 사람들일 수 있으나, 예수는 그들을 품었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행동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작금의 한국교회와 이 사회가 예수의 향기를 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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