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저녁을 같이 먹고 커피를 마시던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새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정지지율이 85%를 넘을 수 있지? 공산당도 아니고...”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필자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어떤 통계는 응답자가 15%이고 85%가 응답을 거부했다는데, 거부한 사람들의 의사는 뭘까? 만일 그 85%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면 이것은 통계에 어떻게 반영되고, 고작 응답률 15%의 통계라면 그 자체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평론 전문가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 친구의 지적에 필자도 공감하였다. 그리고 그가 보았다는 통계가 어떤 통계인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 통계와 여론조사보다도 분명히 과열된 지지율에 대한 필자의 염려와 문제의식이 발동했다. 일반적으로 국정지지율이 60%정도이면 건전하고 양호한 것이며, 그 수준을 유지하려면 훌륭한 리더쉽과 협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80%를 웃도는 이 기현상을 위험하게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높은 지지율이 자칫 대통령의 과도한 자신감과 독주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초반의 권력과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당의 저항을 제압하고, 여당을 들러리로 세워 뜻대로 국정을 좌우지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12일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인사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보면, 같은 날 "야당설득을 위해서는 송영무(국방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둘 중 한 명은 임명철회나 자진사퇴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일부 주장이 통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지지율 바닥인 야당은 안중에도 없을 것인 바, 결국 협치보다는 국정농단의 시작인 불통의 길로 갈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둘째, 높은 지지율의 유지를 위해 원칙과 소신보다도 기회주의적이고 인기영합적인 표풀리즘이 우선권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촛불어음을 속히 결재하라는 사회적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힘있는 집권초반에 어음결재를 받아야겠다며 노골적으로 고공지지율의 적극 지지층들과 협력하여 촛불지분확보 전쟁을 시작했다. 단언컨대 촛불어음의 발행자는 국민이지 일부시민단체나 특정 정치세력이 아니다.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촛불어음의 결재를 요구하는 것은 촛불정신에 대한 배신이자 망언이며, 그 정신을 훼손하고 가로채려는 사악한 집단이다. 그럼에도 높은 지지율의 유지를 위해 부당한 주장에 굴복하고 공익과 미래를 훼손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이다.

셋째, 4,50%에서 60%로 올라가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7,80%에서 60%대로 떨어지는 것은 체감적으로 치명적인 위험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80%에 익숙한 정부가 정상적인 60%로 접근할 때의 당황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과도한 대응으로 스텝이 꼬이거나 헛발질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예인은 인기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정치인은 인기가 아닌 국가의 현실을 책임지고 미래를 보장해야 한다. 인기와 지지도 앞에서 흔들리면 그는 연예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역사적 책무만을 의식하고 가는 용기가 필요한 국정책임자들이 국정지지율만 쳐다보는 저급한 처신을 보인다면 불행해질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들을 염려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국정지지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다보면 당연히 올라가고 유지되는 것이 국정지지율”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정권초기이고 반 박근혜 민심의 집중적인 지원과 기대감이 현 정부의 일부 허물도 덮어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때 일수록 정부는 여당 내부의 쓴 이야기를 새겨듣고,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어 협력을 받아야 한다. 맹수는 짖지 않으나 하룻밤 강아지는 무섭게 짖어댄다. 이 정부가 진정으로 무서운 맹수의 위용을 갖추는 것이 정권말까지 80%대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상책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잘해서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얻은 권력이니, 높은 지지율에 도취되어 자신들이 지목한 적폐세력들의 과오를 답습하는 일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소망할 뿐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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