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힘을 실어주자고 자주 모였던 교단장들이 마침내 속마음을 드러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해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을 목적으로 주요 교단 교단장들이 결성한 한교총이 한교연 한기총 통합작업을 그만두고 스스로 기구화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교회협까지 하나로 묶는 빅텐트 운운하고 있으나 텐트 안에 들어올 단체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또 하나의 연합단체, 즉 ‘스몰텐트’를 치겠다는 것이다.

교단장들이 한교총 창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9월에 있을 장로교단 총회 전에 새로운 단체를 가시화함으로써 교단 총회에서 인준을 받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뭔가 눈에 보이는 단체를 만들어 놓아야 한국교회 통합을 바라는 총대들의 지지를 얻어 총회 후에도 순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한교총을 주도하는 교단장들과 일부 총무들은 처음에는 한기총과의 통합에 미온적인 한교연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교총을 띄운 측면이 강했다. 거기에는 교단장 신분인 한기총 대표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 정지로 두 기관의 통합이 미뤄지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식으로 창립총회를 갖겠다고 나선 것이다. 언론들이 일제히 중매쟁이가 신랑 신부 소개시키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자기가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교총은 지난 2월 출범 초기부터 한국교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아무리 한교연 한기총 통합을 위해 결단했다고 하나 한교연에 속한 일부 교단장들까지 나서 대놓고 한기총을 편들며 무조건적인 통합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처음에는 정규 신학교를 가진 교단들 만해도 전체의 95%가 넘는다고 큰소리치더니 뒤로는 가입 교단 수를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군소교단들까지 암암리에 접촉해 끌어들이는 등 누가 봐도 통합이 아닌 분열에 가까운 행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별도 기구화 할 목적으로 법인화를 모색하면서 밖으로는 계속 한국교회 통합논리로 일관하다가 한기총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자 한교연 한기총 다 통합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식의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만 봐도 스스로 명분이 얼마나 약한지 증명하는 것이다.

한교총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창립하려는 교단들 대부분은 몇 년 전 한교연 창립에 앞장섰던 교단들이다. 더구나 통합 대신 기성은 한교연 대표회장을 배출하며 사실상 한교연을 주도해왔던 교단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교연에 대해 오히려 비수를 겨누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리 교단 내부의 복잡한 정치구조가 얽혀있다 하더라도 이를 연합운동 현장으로 끌고 와 손바닥 뒤집듯 하려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책임의식 결여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자기 교단에서는 제왕적 존재나 다름없는 분들이 기존 연합체에 들어가 이름없는 군소교단 총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는 홀대 아닌 홀대가 그들이 주인 노릇하는 새로운 기구를 놓고 ‘희망고문’ 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아니다.

임기를 두 달여 남긴 총회장들이 퇴임 후에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과잉의욕에서 출발한 단체가 아니길 바라지만 그게 맞든 아니든 한국교회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제4단체는 후대에 교단장들 스스로 뿐 아니라 한국교회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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