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일수 목사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6월 7일 본격적으로 법적 실효성을 갖는다. 이제 대한민국의 노숙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노숙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담보로 법률이 실효성을 가질 것으로 예견되어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자칫 거리노숙 문제에만 국한될 경우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어 정부와 민간단체, 현장의 유기적인 관계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이후 우리 사회에는 갑자기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노숙자라는 말로 표현 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역 주변의 지하도나 도심의 공원은 이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노숙인들의 성지라 불리던 서울역에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노숙인들의 천국이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걸인, 부랑인, 행려자 등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이들은 정부의 부랑인 정책으로 수용시설에 격리되거나 각 지역에 개별적으로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다. 문제는 IMF 이후에 서울역 등의 공공장소에 많은 노숙자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부터다. 이후 노숙인들은 모든 역사와 공공장소를 거처로 삼아 사회와 격리되기 시작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았지만, 이는 한참 일할 나이에 거리의 부랑자로 남아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였다.

이에 정부는 더 이상 노숙인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로 그들만의 터전에서 노숙인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숙인들을 몰아갔기에 사회적인 양극화 문제는 더욱 커갔다.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감춰야할 치부로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노숙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터전을 빼앗긴 노숙인들은 삶의 희망마저 잃어버린채 길거리를 배회하는 수순을 밟아나갔다. 단지 서울역에서 각기 다른 역으로 이동만 했을뿐,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노숙인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노숙자’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체’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들은 사회에 의해 범죄인 취급을 당하여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고, 자책감과 수치심 등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어 일반인처럼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때문에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어 재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만성노숙인들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대책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노숙인들이 일시적으로 노숙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다시 노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노숙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집을 구하기 힘든 국가가 되었기에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무조건 지원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비 지출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국가 중에서 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주택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소득에 대비한 주택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거나 일반 서민들에게는 힘든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노숙인들에 대한 편견이다. 우리는 간혹 노숙인들을 향해 온갖 비아냥거림과 멸시의 눈길을 보낸다. 노숙인들을 온갖 범죄와 결부해 위험인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 범죄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 되어 있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들은 이슬을 맞으며 밖에서 잘지언정 범죄는 저지르지 않는, 우리와 똑같은 이웃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 지역사회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더불어 그들을 무조건 내몰기보다 희망의 집과 같은 수용시설을 적극 늘려야 한다. 물론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원만을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급식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재활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사람을 죽이는 법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법으로 정착됐으면 한다.

잠실할렐루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