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과 교단장회의 즉 한교총이 전격적인 통합을 선언하면서 한국교회 통합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교연 대표인 정서영 목사와 교단장회의 대표인 이성희 목사는 지난 7월 12일 만나 한국교회 통합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17일에는 양 측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했다.

그동안 한국교회 통합은 한다 안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당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의 장애물이 이단 때문이었다면 비상사태를 맞은 한기총을 일단 제쳐놓고 먼저 한교연과, 한교연에 속하지 않은 교단들, 즉 교단장회의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목적으로 기구화한 형태의 한교총이라는 실체가 모호한 단체와 통합하는 것은 그 셈법이 훨씬 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한교연은 이단문제가 해결되면 한기총과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게 아니라면 합동 기감 등 몇몇 교단들이 한교연에 들어와 함께 하면 되는데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한교총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집단적인 압력행사에 나서는 데 대하여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12일 통합을 합의한 문서에 한교총 대신 굳이 교단장회의 대표가 서명하게 한 것만 봐도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교연 한기총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은 교단장들이 교단장회의라는 임의기구를 통해 한기총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와중에 출범한 한교총이 오히려 한교연의 주요 교단들까지 흔들어 놓는 지경에 이르자 한교연은 원하든 원치 않든 현실적인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 회원교단들까지 대거 가담해 출범한 한교총은 처음에는 한기총과의 통합에 미온적인 한교연을 압박하는 역할을 강조하더니 현직 교단장이라는 이점을 살려 차츰 자신들의 위치를 좀 더 확고히 할 새로운 기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빅텐트’라는 명분으로 일부 교단장들을 설득하다가 마침내 통합 등 교단장들을 앞세워 한교연까지 울며겨자기식 통합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교단장들이 한교총을 기존의 한교연을 대신할 대안으로 띄우려고 한 데는 아무래도 한기총의 위기사태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하고 교회협까지 하나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분들이 그 축의 하나인 한기총에 위기가 닥치자 자신들이 한국교회의 대표로 나서는 게 마치 정해진 수순이었던 듯 나서는 모습은 모양이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수순에 따라 한교총이 단독으로 창립을 강행했다면 과연 한국교회 연합에 새로운 출발이 되었을까? 아니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좌초하는 신세로 전락했을까. 그 판단은 새로운 단체가 잘되고 잘못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교단장의 의지가 아무리 확고해도 공교단은 임기를 마치는 총회장들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더욱이 연합이라는 이름 뒤에 벌어지는 분열에 대해서는 그 어떤 명분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무리 급해도 중매쟁이가 신랑 신부 대신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짓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통합 이성희 총회장과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복잡한 셈법을 내려놓고 일단 통합에 합의한 것은 또 다른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측면에서는 일단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한교연 입장에서 통합의 상대가 교단장회의냐 한교총이냐, 또는 이것이 통합이냐 창립이냐 하는 논란은 현 시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엄밀히 따져볼 때 기존 한교연에 몇 개 교단이나 더 들어오느냐 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업어 치나 매치나 매한가지란 말이다. 그래도 굳이 한국교회의 통합이라는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면 그 성패는 적어도 8월24일 한기총 임시총회와 9월 장로교 총회까지는 기다려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