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의학기술 역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20세기 의학의 목표는 모든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었지만, 21세기 의학의 목표는 건강한 사람의 성능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평등주의를 지향하던 의학은 점차 엘리트주의로 향하게 된다. 최첨단 의학기술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표준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일부 개인들 즉 선택받은 엘리트들에게 의학기술의 우위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뛰어난 기억력, 평균 이상의 능력, 최고의 성적 능력을 원한다. 만일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기술이 흔해져서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다면 모르지만, 실제 그런 능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세기 의학의 혜택이 대중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가 대중을 필요로 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20세기 산업은 수많은 건강한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도 수많은 건장한 군인을 필요로 했다. 때문에 누구나 동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표준화된 교육과 보건 의료의 제공이 나라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21세기는 대중의 시대가 끝나고 더불어 대중의학도 끝난다는 게 하라리의 생각이다. 21세기 산업현장에서 다중의 노동자는 필요치 않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노동은 이제 더욱 숙련된 로봇들이 대신하고, 건장한 젊은이가 담당했던 전장은 최첨단 무기와 로봇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1세기의 엘리트 집단들은 쓸모없는 가난뱅이 대중에게 더 나은 교육과 건강을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된다. 차라리 표준을 능가하는 소수의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을 것으로 여길 게 분명하다.

그뿐이 아니다. 20세기 거대한 프로젝트는 기아, 질병, 전쟁을 극복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풍요, 건강, 평화의 보편적 표준을 보장하는 것이었다면, 21세기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불멸, 행복, 신성 등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의 목표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능가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초인간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1세기 종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것인가?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