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영 수 목사

36년 동안 일제의 갖은 억압과 핍박 속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했던 이 민족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광복을 맞이해, 7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솟았다. ‘빛을 되찾았다’는 광복(光復)의 의미처럼,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도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외형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지 못한 채 남과 북이 갈라져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등 위협은 해를 거듭할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마치 철도 레일이 서로 곁에 있지만, 만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듯 남과 북도 가까이 있으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분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과 북의 관계는 반비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하나 이 질긴 남과 북의 갈라짐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누구보다 민족의 등불로서 한민족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한국교회마저 세속적인 유혹에 빠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과거 한국교회는 일제의 온갖 만행과 박해 가운데에서도 홀연히 스스로를 태워 민족을 구원하는데 앞장섰다.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억압받는 민족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했다. 연약한 민족이 일제의 폭거에 쓰러지지 않도록 우산역할을 자처 했으며, 민족해방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그것이 바로 한국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교회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누구보다 낮은 자의 심정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야할 지도자들이 물질적 향기에 취해 흔들리고 있으며, 경제적 풍요 속에서 교회는 소외된 자의 눈물을 닦아주기보다는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에 바빴다. 민족의 분단을 신경 쓰기보다는 교회의 외형적 성장과 명예, 권력에 눈이 멀어 현실안배에만 체력을 낭비했다.

이제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에게 고개 숙여 그들의 숭고했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하나님의 축복 아래 믿음의 선배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결과를 수호해 나가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더 이상 세상적인 것에 목을 매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갈라진 남과 북의 연결고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일제의 온갖 박해에도 스스로 영적인 희생을 통해 민족을 구원했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이념대립과 빈부격차가 여전하며 정치적 다툼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헌신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72년 전 광복이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해방이라면, 이제 진정한 광복은 남북갈등과 이념, 빈부격차, 동서갈등, 세대차이, 정치다툼 등을 해결하고, 민족 전체가 공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광복절을 앞둔 지금 한국교회가 분단의 고착화와 남남 갈등으로 살이 찢기는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이웃을 향한 담을 쌓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죄와 모든 잘못을 내가 아닌 남에게 전가한 죄, 도덕적 자만과 방종에 빠져 사분오열된 죄를 낱낱이 고백해 새롭게 거듭나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 스스로 하나가 되어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선지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간구한다. 더불어 남과 북의 민족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들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이란 울타리에서 웃을 수 있길 소망한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스스로 태워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이 나라와 민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촛불이 되길 기대한다.

나사렛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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