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중 곤 목사

8월 15일은 일제에 빼앗겼던 국권을 회복한 의미 있는 날이다. 36년의 암흑 같은 일제 치하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생명의 빛을 발하게 된 광복절이다. 칠흑같이 어둡던 민족의 앞길을 밝게 비추셔 빛을 되찾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목숨을 바쳐 희생한 우리 선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앞장섰던 우리 믿음의 선배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숫자의 기독교인들이 민족해방의 최전방에서 중심에 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민족 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 지도자들일 정도로 기독교인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나라와 민족의 해방을 울부짖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에 있어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과거 신앙의 선배들을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사각오의 순교정신까지는 발휘하지 못해도, 나라와 민족을 일깨우는 모습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속적인 물결에 휩싸여 이제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고 행동하기보다,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민족교회로서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겉만 휘황찬란한 교회로 전락해 버렸다.

한 때 눈부실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한국 기독교가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민족의 교회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세 유럽의 교회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는 이제라도 세속적인 물결의 일렁임에 현혹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감당하기 위한 몸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돈과 권력에 휩싸여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나 몰라라 하지 말고,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그들을 섬기려는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의 후배된 자로서 지켜야할 도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금의 갈라지고 쪼개어져 상처투성이인 한국교회가 이제는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한마음 한 뜻으로 하나님이 주신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서로 다름이 결코 틀림이 아님을 명심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넓은 아량으로 감싸줄 수 있는 대인배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제의 치하에서 벗어나 민족해방을 이뤘지만, 지금도 진정한 민족해방을 이뤘다고 볼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남과 북이 갈라져 있고, 동서로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또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세대차이도 만만치 않다. 남녀의 차별도 여전하고, 갑과 을의 부조리한 행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72년 전 이 나라와 민족이 분명히 해방됐는데, 오늘에 있어서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는 진정 하나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해방을 맛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각종 식민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서로 잘나든, 못나든, 가진 것이 많든, 없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제는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리고 과거 누구보다 앞장서 나라와 민족을 살렸던 초기 한국교회의 모습처럼, 이 나라와 민족의 해방을 위해 한국교회가 선봉에 서야 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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