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진화론은 오랫동안 기독교 신앙과 대척점에 있었고, 오늘날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진화론이 현대 과학과 인간 이해에 크게 기여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진화론에 의하면,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이는 백인은 흑인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수하다거나, 흑인은 백인보다 미개한 인종이라는 등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를 무력화 시킨다. 동시에 오늘날 우월주의에 기반한 교육이론 역시 허구임을 고발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실증해낸 사람 가운데 하나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이다.

그는 자신의 역작 [총·균·쇠]에서 이렇게 질문하고 답한다. 어째서 유럽인들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게 되었을까? 그 반대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아프리카는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유일한 요람이었으며 해부학적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고향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후와 생식지도 매우 다양하고 인종도 가장 다양하다는 이점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만약 외계인이 1만 년 전에 지구를 방문했다면, 나중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는 제국이 형성될 것이며, 유럽의 국가들은 그 속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대 결과가 빚어진 직접적인 이유들은 무엇일까? 바로 식량 생산과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는 유럽에 비해 가축화·작물화할 토종 동식물들이 적었고, 지형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서 기술 교류가 쉽지 않았다. 이와는 반대로 유럽인들은 그들의 환경 때문에 일찍이 수렵채집 생활을 벗어나 농경사회로 진입했다. 그로인해 짧은 기간에 인구증가와 고도의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에 들어왔을 때에도 총기를 비롯한 기술, 문자 보급, 정치 조직 등 탐험과 정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럽을 식민지로 정복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생물학적인 원인 때문이 아닌 식량생산을 통해 빨리 기술개발을 못한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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