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목의 연가
 - 어느 노목 아래서

수십 년 흙먼지 묻은 덧거리
벗어 던지고
초연한 모습으로
새로운 연분을 바라며
노목은 옷매무새부터 매만진다.

긴 세월 지나 이제야
흙투성이 누더기가 부끄러워
바스스 일어난 무지렁이 노목은
어떤 미련도 없이
이제껏 맺어온 이음매를 푼다.

세월의 흔적 이리저리 엉켜
매듭 매듭마다 맺혀 있는
바닥난 기름 등불 켜는
어수룩한 노목 같은 노인이

영원의 길목에 서서
멀리서 빛으로 다가오는
당신을 위해
다소곳한 자세로
백조의 연가 부른다.

< 시집 『노목의 연가』 에서>

*조신권 시인
연세대학교 교수 역임. 청암교회 원로장로. 국내영문학박사 1호. 한국기독교어문학회 초대회장. 홍조근정훈장. 조선문학풍시조상. 창조문예문학상

▲ 정 재 영 장로
시는 사물이나 관념(정서)을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고 새롭게 해석하는 언어예술이다. 새로운 시야로 새롭게 해석한다는 말은 비유나 변용(變容)등으로 바꾸는 일을 말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현대시에서는 원래 모습과 다른 역방향으로 보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것을 역설이나 아이러니라고 부른다. 이런 모든 것을 일러 빗대놓고 말하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는 원래 뜻을 숨겨 놓고 다른 말로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강조해서 말한다면 사물을 자기 세계로 재해석해 낼 때 시가 완성된다. 특히 형이상시는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이질적이고 상반된 사물((physical)을 하나로 은유(metaphor)하여 융합시킨다. 현대시학에서는 그것을 발전적 용어로 융합시라고 명명한다.

그런 면에서 예시를 읽어 본다.

1~2연에서 노목을 의인화 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그려주고 있다. 노목은 고목이 아니다. 1연에서 보면 노목도 새로운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는 삶의 노력을 보여준다. 즉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향을 말한다. 2연에서는 자기 세계만의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 말을 추론해보면 노목은 거목인 것이다. 이런 거목의 노목이 바로 시인의 자신임을 3연에서 숨기고 있다.

화자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랑의 대상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다. 여기서 기다리는 ‘당신’이라고 존재는 읽는 사람마다 각각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영원의 길목’에서 보면 영원한 존재인 신앙 대상임을 예단하게 한다. 이처럼 노목을 보면서 자아와 동일화시킨 형상화작업에서 미학성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
예시는 노목의 생애 곧 시인의 생애와 신앙의 원숙함을 그림처럼 잘 보여주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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