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아일랜드의 경찰관 로버트 버크와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윌스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최초의 유럽인 탐험대를 이끈 리더이다. 버크와 윌스는 낙타 여섯 마리에 3개월 동안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식량을 싣고 출발했지만, 메닌데 북쪽 사막에서 그만 식량이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다행히 사막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만나 연거푸 세 번이나 구원을 받게 된다. 원주민들은 친절하게도 탐험가들에게 물고기와 고사리케이크와 불에 구운 통통한 쥐 고기 등을 먹여주었다. 그런데 버크가 어리석게도 그만 원주민에게 권총을 쏘았다. 그러자 겁에 질린 원주민들은 모두 도망쳤다. 결국 원주민들이 떠나고 한 달이 지나기 전에 탐험대원들은 모두 굶어 죽고 말았다.

구약성경 사사기가 전하는 이야기도 있다. 에브라임 산지의 한 레위인이 음행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간 첩을 데리러 베들레헴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중에 날이 저물어 베냐민 족이 살고 있는 마을의 한 노인 집에서 유숙하게 된다.

그날 밤 마을의 불량배들이 몰려와 레위인의 첩을 끌어내 밤새 욕보이고 새벽에 놓아주었는데, 그녀는 노인의 집 문턱에 엎드러진 채 죽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레위인은 분한 마음에 첩의 시신을 열두 토막을 내서 이스라엘 12부족에게 보낸다.

흉악한 소식을 접한 모든 이스라엘 부족들은 “이런 일은 오늘날까지 행한 일도 본 일도 없다”(삿 19:30)며 연합군을 조직하여 악행을 저지른 베냐민 부족을 보복하게 되는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살하여 겨우 600명의 장정만이 광야로 도망쳐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이스라엘은 살아남은 베냐민 족속 남자들에게 누구도 딸을 주어 자손을 두지 못하게 결의까지 하게 된다. 이스라엘 12부족 가운데 베냐민 지파 하나가 멸절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이스라엘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자신들의 서약을 스스로 어기며 베냐민 지파가 대를 이을 방책을 구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상생을 말해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바로 그게 인간의 문제이고, 오늘날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남과 북의 문제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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