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지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 시집 『천년의 바람』에서

* 박재삼 : 1933년 ~ 1997년 (향년 64세) , 고려대학교 국문과, 1955년 현대문학 등단

▲ 정 재 영 장로
문단에서는 박재삼 시인을 1950년대에 토속적 미학과 음률을 되살린 서정시를 한국 문학에 선보인 시인으로 평가한다.

문단의 평가를 요약, 인용해본다

“자연의 영원성과 인간 삶의 유한성을 대비하면서 탐욕에 시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꾸짖는 교훈을 담은 시다. 천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온 바람의 모습을 묘사해 시인이 도달한 세계인식의 높고도 깊은 지혜와 깨달음을 전해준다. 시인의 시각은 자연 질서에 대한 그윽한 응시다. 시인의 눈에서 바람이 소나무를 흔드는 모습을 간지러움으로 느낀다. 그래서 박재삼 시인은 사물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시정신의 진면목을 들려주고 있다.”

시에 나오는 대상은 바람, 소나무, 사람이다. 이것이 담고 있는 은유적인 이미지를 존재론적 담론으로 해석한다면 바람과 소나무는 영원성 즉 불변하는 우주존재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바람이나 소나무는 시간의 무한성을 가진다. 대신 사람은 유한성을 지시하는 이미지다. 즉 서로 상이한 대상을 배치하여 무한함과 유한함의 경계를 선명하게 해준다. 무한과 유한의 존재가 담고 있는 모순을 서로 비교하여 바람과 사람에게 변용하여 함축의(含蓄義)를 전달해주려 함이다. 즉 영원성은 인간의 본능적 죄악성이나 선을 향하려 하는 보편적 의지 등이다. 바람처럼 역사적 사건으로 볼 때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인간의 심리나 역사가 계속성이나 불변적 요소를 가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도 더 강한 선한 의지가 요구됨을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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