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창 훈 목사

목회현장은 변덕이 죽 끓듯 해서 여름 날씨와 같을 때가 많이 있다. 특히 성도들 간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꼭 먼저 찾아와서 울고불고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개척목회 초창기에 그런 상황을 여러번 겪었는데 처음에는 먼저 와서 우는 사람의 말이 틀림없는 진실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정반대였다.

먼저 찾아와서 울고불고 했던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혔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교회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어떤 경우에도 한쪽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하거나 일을 처리하지 않고 양쪽의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게 되었다. 어디 교회 안에서만 이런 일들이 있겠는가, 노회나 총회나 목회자 세계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대단한 문제처럼 부풀리기도 하고,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선한 일을 악한 일처럼 말하기도 하고, 죄없는 자를 죄있는 자로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 관계가 좋지 않거나 혹은 괘심 죄에 걸렸거나 어떤 이익의 문제가 걸려 있을 때는 직분이고 신앙양심이고 다 집어던지고 이런 일들을 스스럼없이 행한다.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사람이겠는가. 목회 현장이나 혹은 여러 단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양쪽의 말을 충분이 들어보고 판단이 잘못되거나 억울하게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목회자로서 아직도 한쪽 말만 듣고 어떤 사건이나 문제를 쉽게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영적으로 철부지 어린아이에 불과한 사람일 것이다. 지혜로운 목회자의 자세는 문제나 사건을 만날 때마다 어느 한쪽으로부터 충동질을 당하지 않도록 먼저 기도해야한다. 그리고 양쪽 편을 똑같이 불러서 사건의 경위나 문제의 상황을 자세히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시간을 두고 기도하면서 천천히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십수년전에 어느 여집사가 시댁 결혼식에 갔다 와서 나를 찾아왔다. 혼자 울먹이면서 남편이 결혼식장 접수처에 앉아 돈을 받고 계산 한 후 시동생에게 건네주었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시동생이 자기 남편의 멱살을 잡고 욕하고 싸웠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목사님이 시동생을 혼내주라고 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한 두번 겪은 내가 아니기에 다른말 하지 않고 그냥 기도해주고 돌려보냈다. 나중에 시동생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축의금 접수처에 앉아 돈을 계산했던 여집사의 남편이 큰돈을 봉투에서 빼갔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시동생 측의 말이 맞았다. 그때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시동생 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문제를 조용히 마무리 지었다.

동아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