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를 집단으로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원 강릉에서도 여고생 등이 또래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드러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천, 서울, 천안, 세종 등 전국 곳곳에서의 폭행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 목재 공장 앞 공터에서 중학교 3학년 선배 2명과 2학년 동급생 2명이 피해자를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학생은 뒷머리와 입안이 찢어지는 등 끔찍한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수혈을 받기까지 했다. 피해학생의 가족은 가해 학생들 중 A양과 B양에게 앞서 6월 피해자가 폭행당한 것에 대해 고소를 하자 이에 따른 보복폭행이라고 주장했고, 가해 학생들도 보복 폭행에 대해 일부 시인한 상태다. 결국 6월과 이달초 발생한 두 차례 폭행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는 모두 7명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급생들끼리 피가 낭자할 정도로 폭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학교에선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폭행은 가장 근절해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철제 의자에 쇠파이프, 소주병 등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일삼았다니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를 느끼는 대목이기도 하다. 뒤늦게 부산시교육청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다른 기관과 TF팀을 꾸려 운영하기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막아서야 할 일이었고, 다른 기관과 TF팀을 꾸리는 것도 이미 진행이 되어 있어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서 부산 여중생 사건이 밝혀진 뒤 강릉에서 연이어 터진 폭행사건의 이야기다. 문제는 폭행도 폭행이지만, 가해학생들의 태도에 달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폭행사건에 대해 덤덤히 이야기하면서, 부산 피해자 여중생과 자신들이 폭행한 B양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B양이 더 못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자신들의 사건이 만천하에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어차피 다 흘러가, 나중에 다 묻혀”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는 점이다.

사건이 이쯤 되자 소년법 폐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아이들의 범죄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로는 아이들을 선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년법 폐지에 앞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할 것은 바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소위 힘이 있고 돈이 많고 권력을 잡은 자, 다시 말해 갑이 을에게 행하는 횡포가 당연시 되어버린 사회가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을은 갑의 어떠한 폭력이나 횡포에도 눈물 흘리며 참아야만 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각종 매체에서 거름 장치도 없이 배설해 내고 있는 폭력적인 장면들은 어린 학생들을 가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을 무서운 폭력의 가해자로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은 여기에 있다. 근본을 치유하지 않고서 처벌만 강화한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힘쓰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1등만을 강요하지 않고 사람의 됨됨이를 키워주는데 전력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는 스팩이 우선이 아닌, 인간으로서 도리를 먼저 알아주며, 국가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교회는 쓰러지고 지친 영혼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온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어깨를 감싸줘야 한다.

예장 보수총회 총무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