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인 순 목사

“민족의 어머니, 역사의 어머니 됨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생명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역사의 죄악과 투쟁에서의 희생자로서, 남성중심의 봉건사회에서, 역사의 시련과 미래에로 변혁의 밑바닥에서 고난 받은 자 됨에 있다. 역사의 자유와 구원은 바로 어머니의 자유와 구원이다. 어머니의 침묵의 역사는 역사의 구원(하나님나라)이 오는 그날에 드러난다. 이제 역사는 어머니들의 희생과 시련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박순경 박사의 오래된 <민족통일과 기독교>이란 제목의 책을 읽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 역사의 구원을 갈망하는 자는 어머니이다. 역사의 어머니, 민족의 어머니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한 에스더라고 부른다. 피억압민족사의 고난의 밑바닥에서 어머니는 그날, 하나님나라를 대망하며 기도했다. 그것은 기독교이든, 아니든 모두 민족의 어머니는 아리랑고개를 넘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딸들을 위해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기도했다. 이들의 기도는 민족을 살리고, 여성의 구원으로 드러났다.

기독여성들이 중심이 되었던 3.1운동을 비롯한 항일민족운동은 한갓 민족운동사로만 끝나 버렸다면, 하나님의 의를 증언하는 의의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역사의 어머니, 민족의 어머니, 생명의 어머니 됨에 대한 의의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 됨이 하나님의 의와 구원의 빛에서 드러날 때, 그것은 민족사와 세계사로서의 영원한 의의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증명해 보였다.

3.1운동 이후 기독교계 여성들은 사회와 문화계, 교육계에 진출하며, 그 성취감은 놀라웠다. 그들은 나중에 서양기독교문명과 선교의 혜택에 힘입어, 부르즈와층을 대표하는 잘못을 하기도 했다. 그들의 민족운동은 문화운동권에 속했으며, 지배자 문화의 영향권 내로 흡수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민족의식은 그들의 의식 밑바닥에 잔존해, 민족의 해방과 한반도의 평화, 세계평화에 기여했다.

특히 민족의 어머니 됨은 일제하에서 보수와 진보 합작의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근우회의 여성구원과 민족구웜의 통일적인 잠재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근우회의 민족구원과 여성구원은 일제의 탄압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다.

고난 받은 민족의 어머니의 현실은 1945년 이래 분단의 상황에서 여전히 지속되어 왔다. 근대문명은 약소국가의 민족과 약자들의 희생에 의해서 구축되었다. 그러므로 그 성취와 혜택이 이제 이들에게 돌아가야(환원)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민족의 어머니, 생명의 어머니, 역사의 어머니 됨에 대한 의의를 연구하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서양기독교선교의 혜택을 받은 이 땅의 기독여성들이, 고난당하는 여성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의 ‘구원의 의의’를 상실하고, 지배자 남성의 문화에 예속되어, 의와 구원을 증언하는 하나님의 구원사적 의의를 흭득하지 못한다. 때문에 기독여성들의 민족운동과 여성구원운동은 민족분단을 넘어서서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에 봉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오늘날까지 여성운동은 서양을 닮은 근대여성운동의 성격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 목표는 여성구원을 다시 지배문화로 귀속시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다가 주었다. 여성의 진정한 권리확보의 과제는 어떻게 지배문화를 넘어서서 그것을 인류평등, 남녀평등의 도구로 삼느냐 하는 것이다. 여성구원의 과제는 눌린자 여성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억압민족과 종족, 눌린 자, 가난한 자의 구원과 자유와 평등한 삶을 대변해야 한다. 이럴 때 자연생산의 어머니, 민족의 어머니, 역사의 어머니는 민족과 세계의 평화를 넘어 예언자적인 역사의 어머니의 의의를 갖게 된다는 것이 박순경 박사의 <민족통일과 기독교>에 담긴 핵심이다.

양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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